사무엘 윤 "나도 콩쿠르 14번이나 떨어졌죠..청년들, 눈앞 현실보다 미래봐야"

오수현 2021. 1. 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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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오페라가수 사무엘 윤 신년 인터뷰
"미래를 꿈꿔야 할 학생들이 당장의 현실 앞에서 너무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20대가 매우 현실적인 관점에서 행동하는 세대가 됐는데,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아요. 이런 말 하면 꼰데같지만, 요새 젊은 음악가들은 너무 일찍부터 뜨려고 합니다. 한 20대 스타 성악가가 요구했다는 개런티 액수를 듣고선 깜짝 놀랐어요. 다들 왜그리 조급한 건지….""

월드클래스 성악가 사무엘 윤(50·한국명 윤태현)은 지난달 28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젊은 성악가들 사이에서 '뜨고 싶다'는 정서가 지나치게 팽배하다는 우려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예정됐던 '사무엘 윤의 오페라 클라이맥스'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결국 공연은 안타깝게 취소됐다.

독일 쾰른 오페라 극장 종신 가수이자 바그너 오페라 스폐셜리스트로 자리매김한 사무엘 윤은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에서 맹활약 중인 한국 대표 성악가다. 하지만 바쁜 연주 일정 가운데서도 후학 양성에 공을 들인다. 본인 스스로 "가수활동과 학생지도에 50대 50 비중을 두고 시간과 에너지를 나눠 쓰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 그는 방한할 때마다 마스터클래스(공개 레슨)를 열어 학생들을 지도할 뿐만 아니라 연주를 위해 세계 각지를 방문할 때도 현지 한국인 유학생들을 모아 마스터클래스를 연다.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음악공부와 유학생활을 감당하기엔 벅찬 형편에 있지만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집중한다. 이번 방한기간 중에도 7명의 성악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음악 분야 중에서도 성악은 특히 재능이 늦게 발현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한국에서 대학시절을 거쳐 이탈리아 베르디 음악원을 졸업할 때 즈음에야 소리가 트였어요. 그전까진 엄청나게 헤맸죠. 대학시절(서울대 성악과)엔 친구들이 모두 '태현이는 음악안할거지'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유학시절엔 콩쿠르에서 14번이나 떨어졌고요."

14번의 실패를 딛고 끝내 세계 정상에 선 사무엘 윤은 젊은 성악도들은 특히 선명하고 깨끗하게 발성하는데 보다 주안점을 두고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가 워낙 발달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노래하는지 많이 들을 기회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너무 화려하게 미사여구로 장식된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가사에 집중하고 가장 기본적인 테크닉인 레가토(음과 음을 매끄럽게 연결해 연주하는 것)로 노래부르는데 보다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사무엘 윤은 한국 음악계 현실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고언을 내놨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국공립 극장들은 반드시 상주 음악단체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주 단체로 지정된 음악단체는 안정적인 연습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해당 공연장에서 정기적인 공연이 보장돼 운영 및 마케팅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국공립 극장들이 상주단체를 지정하면 연주자들의 처우가 개선돼 연주활동에 보다 집중할 수 있어요. 가족 경영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설 음악단체 중에선 투명하게 운영되는 곳도 많지만 정부 지원금 받아 가족끼리 나눠먹고 소속 연주자들에겐 턱없는 액수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어요. 경남 지역 한 오페라 단체 소속 연주자가 5만원 받고 무대 선다고 제게 하소연을 하더군요."

사무엘 윤은 올해에도 유럽 무대에서 변함없는 활약을 할 예정이다. 2월 프랑스 마르세이유 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토스카에 출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이탈리아 산 카를로 극장), 피델리오(이탈리아 산 페니체 극장), 파우스트(독일 퀼른 오페라 극장) 등 다수의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한다.

[오수현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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