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신고에 흔들리는 공권력..충북 경찰 긴급출동 대응 '녹초'

조준영 기자 2021. 1. 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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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8시 10분쯤 청주 상당경찰서 112종합상황실에 들어온 신고 한 통.

신고자 A씨(41)는 다급한 목소리로 "함께 저녁 자리를 하던 여성이 정체 모를 차량에 납치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짓 신고가 지속하면 경찰관 업무 가중은 물론 긴급 상황 발생 시 초기 대응 실패 확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공권력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시민 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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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납치당했어요. 빨리 도와주세요!"

지난 3일 오후 8시 10분쯤 청주 상당경찰서 112종합상황실에 들어온 신고 한 통.

신고자 A씨(41)는 다급한 목소리로 "함께 저녁 자리를 하던 여성이 정체 모를 차량에 납치됐다"라고 말했다.

112상황실은 곧바로 '코드 0' 지령을 내렸다. 코드 0은 경찰 업무 매뉴얼 중 위급상황 최고 단계로 전 경찰력이 동원된다.

사건 발생 장소인 서원구 수곡동 한 음식점을 중심으로 경력 집결이 이뤄졌다. 형사기동대가 급파돼 탐문 수사에 나섰고, 가용 순찰차는 전부 긴급 배치돼 주요 지점을 순찰했다.

음성경찰서에도 공조 요청이 이뤄졌다. 신고자가 지목한 납치 차량이 음성 지역에 등록돼 있던 탓이다.

사라진(?) 여성을 찾으려 2개 경찰서가 동분서주하던 때 실마리는 엉뚱한 곳에서 풀렸다.

신고 접수 30분 만에 여성과 전화 연결이 이뤄졌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허탈함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여성은 통화에서 "일행에게 먼저 집에 간다고 말하고 들어왔는데 무슨 납치냐"고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매뉴얼에 따라 추가 대면 확인 작업을 벌였으나 통화 내용대로 여성은 무사히 귀가해 있는 상태였다.

조사 결과 A씨는 별다른 이유 없이 납치 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 저녁 시간대 청주 시내를 발칵 뒤집었던 납치 사건이 단순 해프닝으로 막을 내린 순간이다.

결국 A씨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충북에서 거짓 신고에 따른 경찰 공권력 낭비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거짓 신고자 상당수가 적잖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야 하는 강력 범죄를 명목으로 내세워 치안 공백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

5일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접수된 거짓 신고 건수는 모두 559건이다. 평균으로 따지면 한 해 100건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거짓 신고를 했다가 처벌받은 인원은 484명(불구속 63명·즉결심판 421명)에 이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항 등 국가 중요시설이 다수 자리한 지역 특성상 허위 테러 신고까지 극성을 부린다.

한 예로 최근 청주에선 20대 남성이 청주국제공항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신고, 경찰을 비롯한 대테러 기관이 총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도 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거짓 신고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다"며 "신고도 강력 범죄 관련 내용이 상당수여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거짓 신고가 지속하면 경찰관 업무 가중은 물론 긴급 상황 발생 시 초기 대응 실패 확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공권력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시민 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a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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