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어그로' 유튜버 전락..유승준은 무엇을 원하나

홍혜민 2021. 1. 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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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적 가수 스티브 유가 '어그로' 유튜브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유승준 공식 유튜브 'yoo seung jun official' 캡처

미국 국적 가수 스티브 유(한국 활동명 유승준)가 '어그로'(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키고자 자극적인 콘텐츠를 게재하거나 악의적 행동을 하는 것) 유튜버로 전락했다. 대중의 목소리를 향한 귀는 철저하게 닫은 채로다.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연일 높아지고 있지만, 도무지 유승준의 '독불장군' 식 행보는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니 궁금증은 한곳으로 모인다. '대체 유승준은 '왜' 이러는 걸까.'

유승준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약 2~3주 사이에 기행을 펼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무대는 그의 유튜브 채널 'Yoo Seung Jun OFFICIAL'이었다. 해당 채널은 지난해 10월 국내외 팬들과 자신의 일상적인 모습을 공유하며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개설됐다.

개설 이후 악플러들을 향한 자극적인 발언과 억울한 심경 등이 담긴 일부 콘텐츠를 게시한 것을 제외하면 그간 유승준의 유튜브 콘텐츠 대부분은 개설 의도대로 '일상 공개'에 머물러 있었다. '스티브 유의 유튜브 데뷔'라는 기대에 비해 소소한 콘텐츠 소재들에 채널 개설 초반 뜨겁게 쏠렸던 대중의 관심 역시 금세 시들해졌고, 각 영상들은 평균 10만 이하의 조회 수를 기록해왔다.

유승준은 지난해 12월 19일 자신의 이름을 딴 '유승준 원천 방지 5법 발의안'과 관련한 견해를 담은 영상을 게재하며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유승준 공식 유튜브 채널 'yoo seung jun official' 영상 캡처

그런 그의 유튜브 채널이 갑자기 이전과는 사뭇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19일이었다. 당시 그는 '유승준 원천 방지 5법 발의안?? 김병주 의원 지금 장난하십니까? 그동안 참아왔던 한마디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중대발언 #정치발언 #소신발언 #쓴소리'라는 제목으로 약 39분 분량의 영상 한 편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서 그는 최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일명 '유승준 방지 5법'에 분노하며 "정치인이 그렇게 할 일이 없냐" "너네는 평생 약속한 거 다 지키냐" "제가 무슨 정치범이냐, 강간범이냐, 아동성범죄냐"라는 등의 원색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이어갔다.

이 외에도 그는 "우리의 적은 빨갱이 아니냐. 정신 좀 차려라"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난하는 등 병역기피로 인한 자신의 입국 문제와는 무관한 정치적 견해까지 언급하며 시청자들의 황당함을 자아냈다. 댓글 창을 닫은 채 침묵을 택한 그의 채널에서 시청자들과의 '소통'에 대한 의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러한 행보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역시나 비난 일색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100만 뷰를 돌파했으며 5일 현재 223만 뷰를 넘어섰다. 당초 2만 명대에 머물렀던 채널 구독자 수 역시 해당 영상 공개 이후에만 2배가량 증가했으며, 5일 현재 채널 구독자 수는 8만 2,000천 명을 웃돌고 있다. 그의 여과 없고 자극적인 발언들이 뜻밖에도 '황금알을 낳아준' 꼴이 된 셈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약 1년간 지지부진하던 유튜브 채널의 폭발적인 성장(?)이 만족스러웠던 걸까. 유승준은 같은 달 31일 '법무부는 왜 구경만 하십니까? 언론의 민낯. 손가락으로 사람 죽이는 개념 없는 기레기들의 횡포. 유승준을 둘러싼 모든 루머 거짓 정리'라는 자극적인 영상 한 편을 추가로 게재했다.

'마녀사냥' '추미애 장관님 왜 구경만 하십니까. 이제는 한 말씀 해주셔야죠' 등 이전 영상보다 더욱 원색적인 표현으로 가득한 썸네일 사진을 시작으로 해당 영상에서 그는 기자, 법무부, 국회의원을 포함해 최근 자신을 저격한 작곡가 김형석까지 '디스'하고 나섰다. 첫 영상만큼 폭발적인 조회 수는 아니었지만, 해당 영상 역시 36만 뷰를 돌파하며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후 자신의 일상과 관련된 영상을 게재하며 자극적인 행보를 멈추는 듯했던 그는 4일, 다시금 자신과 관련된 각종 논란과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이 담긴 '유승준 팩트체크 요약정리 Pt.1'을 공개했다. 그는 해당 영상에서 '해병대 홍보대사설'부터 '병무청 특혜설' '출국 특혜설' '허위 사실 유포' 등에 대해 해명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앞으로 이와 관련된 추가 영상을 게재하겠다고도 예고했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유승준이 원색적 내용으로 가득 찬 영상을 공개한 이후 그의 유튜브 수입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 규모는 무려 기존 수익의 수백 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그는 현재 자신의 입국 이슈와는 무관한 정치적 견해 등을 언급하며 라이브 방송 당시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기능인 '슈퍼챗'의 덕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유승준이 해당 영상들을 통해 진짜 이루고 싶은 것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항변'과 이를 통한 입국 이슈의 타개인지, 아니면 다른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중요한 건, 공감 없는 '작심 발언'은 언젠가 자신에게 또 다른 독이 되어 돌아올 지 모른다는 점이다. 자신만을 위한 궤변으로 가득 찬 지금의 행보는 결국 스스로를 '어그로 유튜버'로 전락시키는 지름길일 뿐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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