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금융 괴리 리스크, 올해 드러날 것..건전성 관리를"
이주열 한은 총재 "경제 불확실성 높아..자원배분 효율 높여야"
[경향신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이 일제히 ‘실물·금융 간 괴리’를 언급하면서 새해 금융권에 건전성 관리를 당부했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전례없이 유동성이 풀려 있고,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온도차가 벌어지면서 작은 충격에도 금융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이주열 총재는 “정책당국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과 이자상환 유예조치 등으로 잠재되어 있던 리스크가 올해는 본격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경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5일 발표한 ‘2021년 범금융 신년 인사회’ 신년사에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금융시장은 흔들림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위기 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의 쏠림이나 부채 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시중 유동성에 대해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 역시 범금융 신년사를 통해 “국내외 경제여건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인 만큼 가계와 기업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가되, 단계적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실물 간 괴리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금융시스템의 취약부문을 보다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과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양대 컨트롤타워가 ‘금융안정’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금융권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 등으로 부실 징후가 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올 3월 이 같은 금융지원 조치가 만료될 경우 채무상환 부담이 급증하고, 금융권까지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에 선제적인 관리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2021년은 우리 금융권의 위기관리 능력이 진정한 시험대에 서는 한 해가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날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펴낸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기업대출은 1년 전보다 12.7%, 가계는 9.4% 증가했다.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생활자금에 주택·주식투자 등까지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대출도 급증했다. 아직까지 금융권의 건전성은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취약업종 및 저신용차주 비중이 높은 2금융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될 경우, 수익성 저하 및 건전성 악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새해에도 금융권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고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는 데 함께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새해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속에서 금융권은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한편, 금융시스템의 복원력 제고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2021년을 ‘금융소비자보호 원년’으로 삼아 신뢰 회복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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