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시도' 홍콩 청년들 도운 인권변호사 자격 박탈 위기

이종섭 기자 2021. 1. 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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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배를 타고 홍콩을 탈출해 대만으로 가려다 붙잡힌 청년 12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가족들의 기자회견이 지난해 11월21일 홍콩에서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배를 타고 홍콩을 탈출해 대만으로 망명하려다 붙잡힌 청년들을 돕고 있는 중국 인권변호사 2명의 변호사 자격이 박탈될 상황에 놓였다. 중국 당국은 홍콩 청년들의 탈출 사건을 이들의 징계 사유로 들지는 않았지만, 당사자와 관련 단체는 자격 박탈 조치가 이 사건 변호에 대한 보복성 조치인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불법 월경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홍콩 청년들의 가족 변호인 2명이 지난 4일 중국 당국으로부터 변호사 자격 취소 계획을 통보 받았다고 5일 보도했다. 2명의 변호사 중 한 명인 루시웨이는 4일 오전 쓰촨성 정부 당국으로부터 3일 내 변호사 자격이 취소될 것이란 서한을 받았다면서 “인터넷에서 반복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취소 사유로 명시돼 있었다”고 SCMP에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인 런촨니우도 같은 날 허난성 정부로부터 변호사 자격 취소에 관한 통보를 받았다. 허난성 당국은 런씨가 2018년 중국이 금지한 종교단체 ‘파룬궁’ 사건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자격 취소 사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최근 중국 선전시 옌톈구 법원에서 불법 월경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홍콩 청년들의 가족이 선임한 변호사라는 점에서 자격 박탈이 이 사건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23일 망명을 시도하기 위해 홍콩 연안에서 쾌속정을 타고 대만으로 가려던 16∼33세 청년 12명이 광둥성 해안경비대에 체포됐고, 지난달 30일 옌톈구 법원은 이들 가운데 10명에게 7개월∼3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미성년자 2명은 홍콩 경찰에 인계했다. 두 변호사는 법정 밖에서 이들을 지원해 왔다. SCMP는 이와 관련해 “당국이 루씨가 홍콩 언론에 억류자들의 곤경에 대해 거듭 비난한 것을 불쾌해 했다”는 한 법조계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또 루씨는 중국의 반체제 시인 왕장 부부를 변호해 왔고, 런씨는 우한의 코로나19 실상을 알린 시민기자 장잔을 변호하는 등 두 사람이 그동안 여러 민감한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것도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다. 루씨는 “나는 변호사로서 윤리적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면서 “당국의 처벌은 당혹스런 탄압”이라고 했다. 런씨도 “당국이 파룬궁 사건을 언급했지만 핑계일 가능성이 높다”며 “홍콩 청년들의 사건과 장잔 사건이 직접적인 이유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도왔던 홍콩 청년들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12명 청년들의 권리를 옹호하려는 그들의 집요함 때문에 당국은 그들의 직업과 생계를 끊으려 한다”며 “분명히 그들이 홍콩 사건에 연루된 것에 대한 복수를 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인권변호사협회도 성명을 내고 “두 사람 모두 사법제도에 따라 시민들의 정의를 위해 노력해 온 변호사들”이라며 “계획된 처벌을 철화할 것을 당국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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