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드롬은 멈췄지만 경륜의 미담은 계속된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2021. 1. 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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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지난 10월 무려 8개월 만에 문을 연 벨로드롬이 불과 한 달도 채 안 되어 다시 빗장을 걸어 잠갔다. 11월 국내 ‘코로나 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부터다. 비록 20%에 불과한 입장객이었지만 100% 사전 예약 시스템과 함께 강력한 방역지침 준수로 단 한건의 사고 없이 진행된 터라 선수는 물론 관계자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모처럼 본업인 훈련에 집중하던 선수와 가족들은 ‘잠깐의 단꿈’을 꾼 기분일 수 밖에 없다. 결국 차디찬 겨울바람에 다시 내몰려 생계를 이어가야만 하는데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이 힘들다 하지만 경륜 선수와 종사자들의 어려움도 비슷한 상황이다. 경주가 열리지 않으면 수입이 없는 구조이며 소득 공백 같은 경제적 어려움 못지않게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본인이 최악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위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경륜 선수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해민 선수는 데뷔 초부터 꾸준하게 아동복지센터 등을 방문해 기부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2006년 13기로 데뷔한 임규태(41)는 평소 훈련장과 벨로드롬이 있는 광명과 창원 부산을 돌아다니다 보니 주변을 돌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모두 그렇듯 실천과는 거리가 있었던 편인데 하지만 갑작스러운 경륜 휴장에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당장 움직여보자 마음먹은 것이 지난 6월 초다. 주변 몇몇에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자 선뜻 동참하는 이도 생겨났다. 팀 내 후배인 구광규를 비롯해 김명래, 이규백, 양희진, 이창재 등이 함께했고 전 경정 선수협회장을 지낸 박상현을 비롯해 여자 선수인 반혜진까지 가세해 총 18명으로 불어났다. 이후 자전거 페달처럼 일사천리로 가칭 ‘경륜·경정 한마음 봉사단’이란 밴드를 결성해 종교단체와 제과업계의 후원도 얻어냈다.

임규태 단장은 “코로나19로 망연자실하고 있던 시기, 본인보다 어려운 주위를 돌아보니 삶에 대한 용기와 애착이 생겨나 오히려 얻고 배운 것이 많다”고 했다. 또한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경륜이 정상화된다면 더 다양한 형태로 봉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벨로드롬의 차세대 간판으로 꼽히는 정해민의 경우도 데뷔 초부터 올해까지 3년째 지역 아동센터, 보육원 등을 방문해 매년 500만 원씩 기부를 이어나가고 있고 현 경륜 황제로 꼽히는 정종진도 작년과 올해 초 인근 지역 및 단체를 찾아 3000만원을 기부했다.

박건비, 구광규, 공민규, 오기현, 문인재 등이 최근까지도 저소득 아동들을 후원하거나 복지센터와 장애인 단체를 찾아 재능 기부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경륜이 공익사업을 위한 세수 확보, 고용 창출 등 사회적 기여가 큰 합법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하루빨리 벨로드롬의 착한 선수들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경주가 재개되길 바라며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온라인 발매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륜경정운영본부는 각종 선행과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경륜 이미지 제고와 발전에 기여한 선수 7명을 지난해 12월말 선정해 총 85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 바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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