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알아보는 시간 아껴서 자기계발에 힘쓰세요"
(지디넷코리아=손예술 기자)'핀테크에서 일하면 어떤가요? 금융사랑 크게 다른가요? 어떤 분들이 일하고 있죠?' 우리 삶에서 핀테크 서비스가 차지하는 규모가 늘어나면서 회사에 대한 궁금증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 물음, 답해보는 인터뷰를 시작해봅니다. 핀테크 C레벨이 사는 세상과 가치관 '핀.사.세'를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디셈버자산운용)은 비대면 투자일임서비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핀트'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우리가 쉽게 접했던 로보어드바이저나 인공지능(AI) 엔진 기반 투자 같은 단어와 밀접한 회사입니다.
그렇지만 디셈버자산운용 정인영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보다는 새로운 '투자일임'으로 비춰지길 바랐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이 만든 포트폴리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책임한 단어라는 뉘앙스가 느껴진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디셈버자산운용은 더 혁신적인 서비스를 위해 게임회사 엔씨소프트 및 KB증권과 협업해 디지털 증권사 설립을 논의 중입니다.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 관리업) 라이선스 허가도 준비 중입니다. 투자자라는 모래알들 속에 개별의 모래알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 정인영 대표를 최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2021년도 사업 계획은 세우셨나요.
"여러 회사들이 사업 계획을 세우느라 몇 달을 보냅니다. 또 계획에 핵심성과지표(KPI)를 만들어놓으면 무리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식으로 일하는게 과연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사업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방향성 정도를 그립니다. 애자일(Agile)하게 빨리 대응해야 하는 일도 있고, 장기적으로 가야 할 그런 계획도 있기 때문에 사업 계획이란 건 특별히 없습니다."
Q. 그렇다면 2013년 설립한 이후 그린 큰 그림, 혹은 방향성과 일관되게 사업이 진척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요.
"디셈버자산운용이 고객에게 서비스 하기 전에 핀트의 플랫폼 기술 '프리퍼스'를 만들었습니다. 프리퍼스를 만드는 데 4~5년 이상 시간이 걸렸어요. 당장 고객에게 서비스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완벽한 것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 떄문에 개발자도 힘들어했고 개발 과정도 어려웠습니다. 1~2년 단위로 계획을 만드는 회사라면 이런 것을 만들 수 없었으리라 봅니다. 기술력은 기본이고 조직을 이끄는 업무나 문화 방식이 우리회사였기에 가능했고 우위에 있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프리퍼스와 아이작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프리퍼스는 플랫폼입니다. 투자 자문 서비스를 하는 곳은 프리퍼스가 필요없어요. 고객이 투자를 지시해야 하는 자문의 경우 아무리 좋은 자문을 해준다고 한들 투자 시점이 같은 자문을 받은 고객과 제각각이니까요. 그렇지만 핀트는 투자 일임 입니다. 전적으로 고객이 맡기는 것이지요. 이 경우에 A란 고객과 B란 고객이 같은 투자를 할 경우 투자 수익률에 차이가 있으면 안됩니다. 이를 조정한 것이 프리퍼스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개별 고객이 들어있는 방이랄까요. 아이작은 AI 엔진이예요. 아이작은 프리퍼스 방 안에 들어가있는 PB(프라이빗 뱅커)이자 비서인 셈이지요. 현재 핀트틑 프리퍼스 플랫폼 기술을 통해 개별 고객마다 다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Q. 수익률이 주로 서비스의 유인 요인이지 않나요.
"투자 일임의 경우 고객에게 중요한 가치는 '내가 얼마나 편리하게 신경쓰지 않고 투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때문에 핀트는 간편하고 편리한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반면에 투자 자문이라면 수익률이 평균적인 기대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 자문은 결국 고객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이거든요. 저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란 단어를 안 좋아합니다. 투자 일임 서비스를 공급하는 입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책임을 회피하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상품을 제공하는데, 그 상품은 로봇이 제공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는 뜻이어서요. 우리는 어드바이저가 아닌, 굳이 짚자면 매니저랄까요."
Q. 엔씨소프트와 KB증권과의 디지털 증권사 합작사 추진은 센세이션했습니다.
"KB증권에서 좀더 투자하면 일류회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먼저 제안을 했습니다. 디지털 증권사를 만들게 되면 라이선스 제약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 서비스를 하고 싶은데 규제 때문에 안되니 다른 방식으로 해야지'란 고민이 사라지니까. 디셈버자산운용이 AI 관련 독자적 기술을 갖고 있지만 엔씨의 도움을 받으면 그 기간을 줄일 수 있어, 확실히 '초격차'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렇게 증권사 설립이 시작된 것입니다."
Q. 어느 단계까지 왔나요.
"협업을 하기 위해 논의를 계속 진행 중입니다. 그렇지만 '증권사를 만든다' 자체가 트레이딩시스템을 만들어 편리하게 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핀트서 직접 증권사 계좌를 만들지 못하는 등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차원이예요. 더 나아가 마이데이터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KB증권은 평균적인 데이터, 통계분석을 제공하고 엔씨소프트는 AI 기술, 디셈버자산운용은 데이터를 기획하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계획했습니다. 아마 2022년쯤이 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Q. 사회적 임팩트를 주고 싶다고 하셨었는데 어떤 임팩트를 주길 원하는지요.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 가면 직원들이 펀드나 카드 가입을 권유해요. 그 자리에서 만들긴 하는데 펀드가 뭔지, 어떤 카드인지 설명이 제대로 안됩니다. 금융 생활을 하곤 있는데 목적이 금융이 아닌거예요. 단순히 이 창구 직원과의 인간 관계를 위해서라던가, 당장의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서죠. 우리나라 전체 금융생활의 밸런스를 이런 인간 관계들이 깨고 있어요. 저는 금융생활을 통해 미래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서비스를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결국 금융생활을 하는데 고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고 봐요. 하루 종일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3배가 된다한들 그보다는 코딩을 공부해서 평생 내 가치인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취득한다면 단순 투자뿐만 아니라 소비·저축·보험 등 전반적인 금융생활에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늘어나겠지요. 한 사람, 한 사람에서 축적되는 시간이 사회적, 국가적으로 보면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상상해봅니다."
"정인영 CEO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직원이 핵심성과지표(KPI)를 들이밀고, 들들 볶는 CEO가 아니라고 증언한 인물. 1979년 태어나 서울과학고,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해 '테크 트리'를 타다가 서울대학교 MBA 과정을 마쳤다. iMBC에 2011년 입사한 후 한국기업투자,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했다. 정인영 CEO는 혁신은 기술에서 발현된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으며 금융소비자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사회에도 큰 임팩트를 줄 수 있게 이 회사를 설립했다."
손예술 기자(kunst@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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