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생이 乙, 확진자 나온 곳에서 보라면 봐야죠"..오늘부터 변시 '강행'

이용성 2021. 1. 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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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5일부터 9일까지 '10회 변호사시험' 진행
코로나19 확진자도 응시 가능..일부 헌소 제기
응시생 "시험 미루는 게 최선이었으나 볼 수밖에"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법무부가 오늘부터 5일간 전국 25개교에서 제10회 변호사시험을 예정대로 진행한 가운데 응시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불안에 떨었다. 시험이 치러지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는 등 감염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응시생들은 오랜 기간 시험을 준비한 이들을 배려하지 않고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정부에 쓴소리를 내놨다.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관에 마련된 변호사 시험 고사장 입구에서 응시생들이 입실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전국 3500명 5일간 ‘변시’…확진자 나온 대학서도 강행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백양관. 입실이 시작되자 롱패딩과 목도리 등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응시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눈만 내민 채로 속속 등장했다.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모여든 응시생들은 굳은 표정으로 응시표를 들고 고사장 입구에 붙은 응시자 시험실 배치표를 확인했다. 응시표로 신원을 확인받고 입구에서 발열 체크 등 방역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시험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입실 시간 마감이 다가오자 한때 응시생이 몰려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이날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는 응시생은 전국적으로 약 350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고 있지 않은 가운데, 오는 9일까지 5일간 하루 10시간씩 한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 시험 특성상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주부터 시험이 치러지는 학교인 연세대·중앙대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이 같은 목소리는 점차 커졌다.

응시생들은 법무부가 적절한 방역 대책 없이 시험을 강행했다며 비판했다. 이날 시험을 보러온 20대 이모씨는 “시험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코로나19를 너무 안일하게 보는 것 같다”며 “시험을 치르는 기간 동안 코로나 안 걸리라는 보장도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씨는 이어 “시험을 미루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강행한다 하니 응시하러 왔다”고 덧붙였다.

변호사 시험은 5년간 5회만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고사장 앞에서 만난 20대 박모씨는 “감염이 걱정되지만 여기(변호사 시험)에 생계가 걸려 있는 사람도 있고, 응시 기회도 제한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오는 것”이라며 “분명히 무리이지만 나와서 시험을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5년 간 5회 응시제한…“수험생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

법무부는 애초 제10회 변호사 시험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응시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변호사 시험 응시를 앞둔 일부 수험생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시행 공고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응시생들의 직업 선택 자유와 생명권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헌법재판소는 4일 10회 변호사 시험 응시자 유의사항 알림 중 ‘확진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습니다’와 ‘고위험자의 의료기관 이송’ 부분 등의 효력을 본안 헌법소원 심판 청구 사건의 결정 때까지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확진자나 고위험자, 응시 사전 신청을 하지 못한 자가격리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응시의 기회를 잃게 될 경우,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응시 예정자들이 증상을 감춘 채 무리하게 응시해 감염병이 확산할 위험마저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 이를 즉각 수용하며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존중해 확진자도 격리된 장소나 병원에서 별도의 감독 하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자가격리자는 기존에도 시기와 무관하게 이미 시험 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코로나 시국의 제10회 변호사시험 운영 정상화에 관한 제 소송 당사자 및 대리인 모임’은 4일 성명서를 내고 시험을 강행한 법무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헌재 결정이 나온 지 1시간도 안 돼 법무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상황을 너무도 안일하게 여기고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는 반증”이라며 “시험 강행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무부가 수험생들이 검사를 받을 정도의 시간 여유만이라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변호사 시험을 일정 기간 연기해 안전한 방역 대책을 수립한 후 시험을 치르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5일 “법무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해 모든 응시자가 안전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 주시기 바란다”며 “또 인사처, 고용부 등 각종 국가시험을 주관하는 부처에서도 이번 헌재 결정의 취지를 감안해 앞으로 예정된 시험의 방역관리 대책을 미리미리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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