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 간과 쓸개에 자유자재로 들러붙는 하도권에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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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펜트하우스> 방영 전만해도 이 드라마의 감초들의 활약은 이미 예약된 상태였다. 펜트하우스>
그럼에도 조금 밀리는 감이 있는 것은 <펜트하우스> 의 분위기가 워낙 코믹, 호러, 막장, 스펙타클, '가짜사나이'를 넘나들고, 여주인공 삼인방 또한 코믹과 진지한 연기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펜트하우스>
하지만 이후 하도권의 마두기는 <펜트하우스> 에서 출연 분량은 길지 않지만 그 잔상을 길게 남겼다. 펜트하우스>
그럼에도 <펜트하우스> 에서 이 악한은 어느새 나름 이 드라마의 요정 같은 존재로 각인된 듯하다. 펜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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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펜트하우스> 방영 전만해도 이 드라마의 감초들의 활약은 이미 예약된 상태였다. 일단 MBC <겨울새>에서부터 역사가 시작된 '쪼다새' 계열의 마마보이 변호사 이규진을 연기하는 봉태규가 그 역할. 또 SBS <황후의 품격>에서부터 과거 박원숙이 보여준 천박하고 상스러운 깨알 조연 연기를 물려받은 듯한 신은경이 봉태규와 함께 투톱이었다. 그리고 두 배우 모두 펜트하우스에서 기대에 부응하는 깨알 코믹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조금 밀리는 감이 있는 것은 <펜트하우스>의 분위기가 워낙 코믹, 호러, 막장, 스펙타클, '가짜사나이'를 넘나들고, 여주인공 삼인방 또한 코믹과 진지한 연기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펜트하우스>는 드라마 자체는 B급 정서를 기반으로 하지만 각 캐릭터의 서사들만은 굉장히 뚜렷하고 강렬하다. 이 때문에 천서진(김소연)의 남편 하윤철(윤종훈)과 사투리와 영어를 넘나드는 구호동, 로건리(박은석), 그리고 헤라펠리스의 아이들까지 모조리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그런데 이 캐릭터 정글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살아남은 자가 있으니 바로, 청아예고 담임선생 마두기를 연기한 배우 하도권이다. 사실 맨 처음 하도권이 마두기로 등장했을 때만해도 도대체 이 배우는 누구, 하며 당황스러워했다. 울림통이 큰 덩치에 사자머리를 했지만 곰살맞은 눈웃음에 손톱으로 꼬집듯이 얄미운 말투를 날리는 굉장히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였다. 과거 홍석천이 <남자 셋 여자 셋>에서 연기했던 '쁘아종' 캐릭터가 듬직한 남성의 체형에 새초롬하게 들어앉은 자태였다.
이 마두기를 연기한 하도권이 올초 화제를 낳았던 SBS <스토브리그>의 과묵 듬직한 강두기라는 사실이 또다른 반전이기도 했다. 그 짧은 머리에 마초 같던 하도권이 이렇게 사자머리를 휘날리는 새초롬한 음악선생으로 변신하다니.
하지만 이후 하도권의 마두기는 <펜트하우스>에서 출연 분량은 길지 않지만 그 잔상을 길게 남겼다. 처세에 능하고, 간과 쓸개에 자유자재로 들러붙는 이 남자는 사실 현실에서 모두에게 비호감인 캐릭터다. 그럼에도 <펜트하우스>에서 이 악한은 어느새 나름 이 드라마의 요정 같은 존재로 각인된 듯하다. <펜트하우스>처럼 등장인물들의 99%가 모두 분노하고 고함을 지르는 드라마에서 마두기는 전혀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도권은 마두기를 위해 눈웃음, 섬세한 손동작, 삐진 표정, 매몰찬 표정, 청승 떠는 감성까지 커다란 몸에 장착한 듯 연기한다. 여기에 마두기의 책상 주변에 붙어 있는 자기애 넘치는 셀카 사진의 표정 역시 걸작이다. 이처럼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하트 뿅뿅 넘치는 표정으로 깃털처럼 하늘거리며 이 드라마를 떠다닌다. 그 때문에 시청자들은 천서진이나 주단태(엄기준)만이 아닌 오윤희(유진)부터 심수련(이지아)까지 주인공들의 히스테리컬한 분노가 넘치는 드라마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 오히려 마두기의 속물스러운 가벼움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덤으로 하도권의 마두기는 <펜트하우스>에서 유일하게 립싱크를 하지 않고 성악을 한다. 모든 등장인물이 다 코믹해지는 장면에서 의외로 이 배우는 진면목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여러 모로 <펜트하우스>에서 하도권은 감초인 동시에 주인공들 못지않은 큰 역할을 했다. <스토브리그>에서 그가 안타를 쳤다면 이번에는 다르다. 다른 인물들이 악착같이 도루하고, 병살타 잡으며 눈에 불을 켜고 헤라펠리스 입성 악다구니 게임에 가담한다면, 그는 새침한 미소를 지으며 경쾌하게 홈런을 날린 느낌이다. 당연히 <펜트하우스 시즌2>의 마두기 선생의 활약도 기다려지는 바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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