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내면 1000만원 굴려".. 고수익 미끼 700억원대 투자사기 일당 검거

김준호 기자 2021. 1. 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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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투자업체가 주식 사기에 활용한 가짜 주식매매 앱. /경남경찰청

“100만원 투자하면 1000만원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

주식으로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투자자를 유혹해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편취한 사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가짜 주식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5일 사기 등 혐의로 A(63)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상담사 B(32)씨 등 3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17년 7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창원과 울산 등에 사무실을 두고 개인 투자자 3883명으로부터 총 726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증권 토론방·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확보한 개인 연락처로 투자자들에게 접촉했다. 그러면서 100만원을 투자하면 그 증거금을 담보로 최대 1000만원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낮은 이자(0.03%)로 돈을 빌려줘 고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이 있다고 유혹했다.

이들은 대포계좌로 투자자들이 돈을 송금하면 가짜 주식 거래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이 계좌에 약속한 대로 이자를 포함한 1000만원 상당의 돈을 입금하는 식이었다.

위장투자업체 업무총괄의 금고에서 발견된 주식 사기로 벌어들인 금품들. /경남경찰

해당 프로그램은 증권거래소와 주식시세가 연동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수·매도 주문은 연동되지 않는 가짜 프로그램이었다. 이들은 투자자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주식거래 창을 보고 특정 종목을 매매하면 실제 주식 시세에 맞춰 수기로 수익이나 손실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들 일당은 투자자가 수익금 출금을 요구하면 전산장애 등을 이유로 출금을 지연하다가 전화 연락을 끊고 프로그램 접속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투자금을 챙겼다. 주식시세가 하락한 경우엔 잔여 투자금을 반환해 주면서 정상적 투자 상품인 것으로 속여 계속적인 투자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본인의 투자 판단 실수에 따른 손실 정도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적게는 40만원, 많게는 19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투자자들에게 빼돌린 돈으로 별장과 골프 회원권을 사고 고급 수입차를 모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18억2000만원 상당의 불법 수익금을 두차례에 걸쳐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했다.

위장투자업체가 울산에 둔 사무실 모습. /경남경찰청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자신이 범죄에 이용당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실제 경찰에 피해 신고를 한 사람은 현재 9명뿐이다”며 “무인가 투자업체인지 여부가 의심되는 경우, ‘금융소비자 정보포털’에서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조회하는 등 재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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