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어려운 주변을 살피는 경륜 선수들..미담은 계속된다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경륜계에 몰아닥친 시련이 끝을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무려 8개월 만에 문을 연 벨로드롬은 코로나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불과 한 달도 운영하지 못한채 또다시 빗장을 걸어 잠갔다. 비록 20%에 불과한 입장객이었지만 100% 사전 예약 시스템과 함께 강력한 방역지침 준수로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진행된 터라 선수는 물론 관계자들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모처럼 본업인 훈련에 집중하던 선수와 가족들은 단꿈을 꾼 기분이다. 이들은 경주가 열리지 않으면 수입이 없는 상황이라 소득 공백 같은 경제적 충격은 물론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듯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주위에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이타적인 경륜 선수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2006년 13기로 데뷔한 임규태는(41세·부천) 평소 훈련과 벨로드롬이 있는 광명과 창원, 부산을 돌아다니다 보니 주변을 돌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실천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경륜 휴장에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당장 뭐라도 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 지난 6월 초였다. 주변 몇몇에게 소신을 밝히자 선뜻 동참하는 이도 생겨났다. 팀 후배인 구광규를 비롯해 김명래, 이규백, 양희진, 이창재 등이 함께 했고 전 경정 선수협회장을 지낸 박상현을 비롯해 여자 선수인 반혜진까지 가세해 총 18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일사천리로 가칭 ‘경륜·경정 한마음 봉사단’이란 밴드를 결성해 종교단체와 제과업계의 후원도 얻어냈다. 한마음 봉사단은 운동과 생계를 이어갈 부업을 병행하면서도 6월부터 매주 빠지지 않고 광명, 양천, 부천 장애인 시설이나 노인 복지관을 돌며 각종 봉사와 나눔 등으로 온정의 손길을 이어가고 있다.
임규태는 부끄럽다면서도 “코로나19로 망연자실하고 있던 시기에 어려운 주위를 돌아보니 삶에 대한 용기와 애착이 생겨나 오히려 얻고 배운 것이 많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경륜이 정상화된다면 더 다양한 형태로 봉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벨로드롬의 차세대 간판으로 꼽히는 정해민은 데뷔 초부터 3년째 지역 아동센터, 보육원 등을 방문해 매년 500만 원씩 기부를 하고 있다. 정해민은 1기 원년 멤버인 정행모(은퇴)의 아들이라 더 화제였는데 “늘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라”며 친절과 배려를 강조하던 아버지의 권유에 기꺼이 마음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대를 이은 벨로드롬 선행 미담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해민은 또 이재일 등과 함께 각종 TV나 유튜브 방송 등에도 적극적으로 출연해 경륜 전도사를 자처하며 홍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야말로 경륜계에 보석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경륜 황제’로 꼽히는 정종진도 지난해와 올해 초 인근 지역 및 단체를 찾아 3000만 원의 통 큰 기부로 관심을 모았다. 이 밖에도 박건비, 구광규, 공민규, 오기현, 문인재 등이 최근까지도 저소득 아동들을 후원하거나 복지센터와 장애인 단체를 찾아 재능 기부 등을 하고 있다.
경륜 전문가인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경륜이 공익사업을 위한 세수 확보, 고용 창출 등 사회적 기여가 큰 합법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하루빨리 벨로드롬의 착한 선수들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경주가 재개되길 바라며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온라인 발매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륜경정운영본부는 각종 선행과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경륜 이미지 제고와 발전에 기여한 선수 7명을 지난해 12월말 선정해 총 85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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