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失政 팬데믹'도 심각하다
김숙 前 駐유엔 대사
코로나 방역·백신 허점투성이
北은 美 대신 南에 도발 가능성
경협과 제재 완화 추구는 허망
2주 뒤면 바이든 행정부 출범
美 북한인권법 다시 살펴보고
동맹 강화 好機 날리지 말아야
한 해를 매듭짓고 새로운 각오로 다음 한 해의 시간을 준비할 마음이라면 새해 새 출발의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런 뜻에서 지난 한 해의 일 중에서 매듭지어야 할 게 많다. 우선,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8500만 명 감염에 아직도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니 국민의 일상 회복은 까마득하고, 보건 안전에 대한 불안과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다. 지지난해 중국 우한(武漢)에서 최초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 실패와 최근 백신 확보 및 병상 확보에서의 허점 등을 볼 때 K-방역 자화자찬에 도취해 있을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거울삼아, 백신 보급 과정에서 사회적 혼란과 지연, 갈등이 야기되지 않도록 백신 확보와 접종 계획을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수립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 한 해 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의 3중 위기 속에서도 판문점 연락사무소 폭파,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 사살 등 도발을 자행하고 핵·미사일 및 재래식 무기의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10%대 역성장이라는 위기 상황에도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시장경제 도입을 막는 극단적 봉쇄와 함께 김정은의 1인 독재 통치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의 말대로 북한이 더욱 북한답게 돼 가는 중이다.
수일 내 평양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를 열어 새 전략을 채택한다고 하나, 이번 노동당대회는 코로나 고립 속에 출구 없는 경제 난관에 대한 이념적 접근의 내부 단속과 외부 강경 대처의 확인 외엔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내부 모순 돌파의 방편으로 도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김정은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에 미국에 대한 도발(핵·미사일 실험)로 궤멸적 상황을 자초할 순 없는 만큼 도발의 대상을 한국으로 삼을 가능성이 커진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만 매달리며 오로지 남북 경협과 제재 완화를 추구하는 것은 허망하며 북한의 핵 보유를 영속화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완전한 비핵화 목표의 재확인과 제재 유지를 골격으로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우선시해야 한다. 이제 와서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라고 하기엔 너무 늦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전략적 사고 능력은 필요하다. 역사학자 바버라 터크먼은 국익을 저해하는 실정(失政)의 원인 중 하나로 집권자(층)의 우둔함과 완고함을 꼽았다.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이런 우둔함은 새해엔 털어 버려야 한다.
미국의 리더십 회복과 동맹 존중 및 민주주의 강화를 내세우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우리의 외교·안보에도 영향과 변화가 올 것이다. 우리에겐 지난 4년간 흔들렸던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인해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자칫 이 호기(好機)를 날릴 지경에 처했다. 2004년 발표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 추진, 탈북민 보호, 북한의 인도적 위기와 지역 불안정 대비 등을 목적으로 한다.
바이든은 대선 유세 기간에 김정은 정권의 인권 유린을 막기 위한 대북 압박 견지와 북한 주민의 인도적 지원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이제 행정부의 정책이 된다. 이러한 미국 정책과 인류 보편의 가치라는 국제사회의 규범에 정면 배치되는 입법을, 누가 보더라도 북한 독재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내정간섭이라는 옹색한 주장과 함께 강행함으로써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인권 문제로 바뀌는 기막힌 상황으로 반전되고 있다. 이런 우둔함도 속히 털어버리고 바로잡는 게 현명하다.
새해를 이번처럼 우울하게 맞았던 기억이 없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금세 없어질 전망도 쉽사리 보이지 않고, 미·중 간의 신냉전 파고도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래도 새해에는 25번의 주택정책, 법무장관의 무법적 행보, 국가안보 등에서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마음을 갑갑하게 했던 지난해 ‘실정의 팬데믹’이 고쳐지길 희망하면서, 김종길 시인의 바람대로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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