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장 신년사 단골 '디지털 혁신'..이제는 생사를 걸어야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글로벌 수익 확대, 비은행 부문 확충, 고객 우선주의, 리스크 관리, 내지는 인수·합병(M&A)나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 추진. 그리고 '디지털 혁신'.
신년사를 통해 금융그룹 회장, 은행장 등 수장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올해 경영 키워드다.
ESG경영과 같은 비교적 새로운 키워드를 제외하면 최근 몇년간 은행권 수장들이 매년 어렵고, 매년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이라면서 언급했던 경영 키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불과 1년 전 신년사를 돌이켜봐도 디지털, 글로벌, 비대면 채널, 디지털 혁신, 리스크 관리 등이 언급돼 있다. 5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봐도 수장들은 지금과 다른 사람이어도 언급된 경영 키워드는 비슷하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해나가자는 주문이었다.
어차피 매년 반복되인 주문인데 올해는 뭐가 그렇게 다를까 싶기도 하다.
사실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는 경영의 방향이 1년만에 짧은 호흡으로 급변해서도 안된다. 해외 진출 등은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과제이기에 지난해가 올해 같고, 5년 전 그 말이 올해하는 말과 비슷한 면도 있다.
그럼에도 다른 점을 찾는다면 결국 같은 말을 어떻게 표현했느냐는 정도일텐데, '디지털 혁신'이라는 키워드에서 가장 큰 변화가 느껴진다. 표현의 강도가 사뭇 달라 보인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신한의 운명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T)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업(業)의 경계를 뛰어넘는 '일류(一流)의 개방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금융사들 스스로 금융업권의 벽을 깨야 한다는 생각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은행 내 전부를 디지털화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각오다. 그는 신년사에서 "전사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미래 디지털 금융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 프로세스는 물론이고 은행의 모든 업무의 핵심 경쟁력을 디지털화 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신년사에서는 디지털 혁신을 하지 않으면 미래의 은행이 지금과 같은 자리를 보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감까지 느껴진다. 그는 "빅테크 기업들과 ‘디지털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의 소중한 일터인 KB국민은행이 10년 뒤인 2030년에도 지금처럼 리딩뱅크의 위상을 유지하며 계속 성장할 수 있는 길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전통은행의 틀을 과감히 깨고, 디지털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환골탈태하는 길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처음 출범했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이제는 금융업권 내 경쟁이 아니라, 카카오·네이버 등 여러 빅테크·핀테크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금융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해야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고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새로운 변화, 같은 금융업권 내에서 시장의 판을 이끌어가는 새 수단으로 디지털 전환 또는 혁신을 언급했다면, 이제는 디지털 전환은 필수이며 나아가 금융 플랫폼 확대로 빅테크와 경쟁에서 자웅을 겨루는 수단인 것이다.
10년, 20년 뒤 은행은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AI)와 로봇으로 대체돼 은행원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겠지만, 그 전에 빅테크의 공습으로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시장 지위 자체가 지금과는 다를 수 있다.
빅테크와 금융 플랫폼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은행의 미래를 결정짓는 기로가 될 것이다.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뒤쳐지면 자칫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은행권 수장들의 신년사가 예년과 같으면서도,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이효정기자 hyoj@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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