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이끌어 한국유도 전성기 되찾겠다"
84년·88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스타선수 출신' 45만 유도인 기대
교수·국내외 행정가로서도 활약
"도쿄올림픽서 반드시 명예회복"
2016년 리우올림픽은 한국 유도계로선 잊고 싶은 기억이다. 당시 남자유도에서만 세계랭킹 1위 선수가 4명이나 포진해 최소 2개 이상의 금메달을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16년만의 ‘노골드’ 충격이었다. 유도 인기도 함께 가라앉았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유도 수장에 오른 ‘레전드’에 대한 45만 유도인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이유다.
지난달 제38대 대한유도회 회장에 당선된 조용철(59) 신임 회장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무거운 직책을 맡았다. 부족하지만 대한민국 유도와 엘리트체육을 부활시키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몸을 낮췄다.
조 회장은 1984년 LA올림픽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유도 스타 출신이다. 올림픽 유도 최중량급 메달은 조 회장 이후로 대가 끊겼다.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선 한국 대표팀 기수를 맡기도 했다. 1996년부터 용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김재범 이원희 최민호 등 국가대표들을 길러낸 조 회장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대한유도회 전무이사,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아시아유도연맹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외서 행정가로서도 맹활약했다.
조 회장의 당면과제는 역시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유도의 명예회복이다. 한국은 안바울(66㎏급) 안창림(73㎏급) 곽동한(90㎏급) 조구함(100㎏급) 등 간판스타들을 앞세워 최소한 1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긴 휴식기를 끝내고 최근 진천선수촌서 훈련에 돌입한 대표팀은 오는 11~13일 카타르 도하 월드 마스터스 대회를 통해 11개월만에 국제무대에 선다.
조 회장은 “유도가 국기(國技)인 일본은 전종목 석권을 벼르고 있어 텃세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일본이 노련미에서 앞선다면 우리는 체력과 기술을 겸비한 유도가 강점이다. 동계훈련 때 체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소한 금메달 1개를 목표로 한다. 금메달 기대를 걸만한 체급이 몇개 있는데 지금은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웃었다. 조 회장이 오랜기간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면서 마리우스 비저 국제연맹 회장 등 집행부 임원·심판들과 다져놓은 두터운 인맥은 올림픽에서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판정 불이익 등 돌발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조 회장은 생활체육 강화 정책과 맞물려 엘리트스포츠가 위축되면서 국제성적이 침체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젊은 선수들의 의지와 동기부여를 슬기롭게 이끌어 유도 뿐 아니라 엘리트체육 전체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는 걸 늘 강조한다. 내가 산증인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실제로 조 회장은 86 서울아시안게임 전후 양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치명적 부상으로 은퇴했다가 88 올림픽을 앞두고 복귀, 2회 연속 메달을 일궈낸 주인공이다. 그는 “요즘 젊은 선수들은 패자결승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져도 괜찮으니 후회없이 싸우라고 등을 떠민다. 억지로 나간 경기에서 승리한 뒤 선수가 맛보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인간의 능력으로 안되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프로골프 선수로 활약 중인 막내아들 조우평(23)에게도 똑같은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조우평은 지난해 드림투어 미니골프 8차와 12차 대회서 우승한 남자 골프 기대주다.
조 회장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단어 중 하나는 ‘화합’이다. 유도계 내부의 자정 노력 등으로 고질적인 파벌 문제가 조금씩 해소되고 있지만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조 회장은 “회장 선거에 나선 배경도 유도인을 한가족처럼 화합하게 만들어달라는 주변의 권유가 가장 컸다. 연맹 임원구성 등 모든 면에서 학연·지연에 얽매이지 않은 채 실력 위주로 원칙적으로 하겠다. 파벌을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도라는 스포츠는 상대를 품어야 메칠 수 있는 종목입니다. 다른 종목이 밀어내고 쳐내는 운동이라면 유도는 상대를 우선 품안으로 당기고 끌어안아야 이기는 스포츠죠. 유도인들을 한가족처럼 끌어안고 화합해 대한민국 유도의 최전성기를 다시 찾겠습니다.” 조범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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