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에 아동학대 공무원의 호소 '눈길'.."구걸하듯 전화"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을 두고 국민적 공분이 커지는 가운데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국민청원이 재조명되고 있다.
청원인은 각 지자체에 배치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수가 적고, 피해 아동의 의료비도 편성되지 않았다며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마련해야 아동학대를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아동이 신체 학대를 당했다면 의료기관으로 조치하라면서, 의료비를 단 1원도 편성해주지 않았다"며 "자비로 피해 아동의 의료비를 부담하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의 11월 초과 근무시간은 95시간"이라며 "아이를 맡길 쉼터가 없어 전국 쉼터에 구걸하듯 전화해 아이를 보호해 달라고 하고 새벽에 아동을 맡기고 온다. 야간 출장비도 없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에 예산지원 및 처우개선을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각 시·군·구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고 현장 조사 업무를 진행하도록 했지만, 조사에 불응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A씨는 "집안일인데 왜 조사하냐고 거부하고, 연락이 안돼서 불시방문을 했는데 만나지 못하기도 한다"며 "부부싸움도 아이의 정서적 학대로 보고 조사하는데, 조사 거부율이 높아 개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동복지법 제 71조 2항 7호에 따르면, 관계 공무원이나 전담 공무원이 진행하는 아동학대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하거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기피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담당관이 전문가로서 장시간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공무원들이 그런 식으로 근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 중 아동학대 현장에 투입되고자 하는 사람을 선발하거나 아동학대 방지 업무를 해온 민간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현장 조사를 거부당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이들에게 특수사법경찰권을 도입해 권위를 높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민간 조사 업무를 공공화한 것은 바람직한데, 여전히 아동학대 전담공무원들이 강제 조사를 하기 어렵다"며 "사람들이 경찰 말은 듣기 때문에, 아동학대 전담공무원들에게도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공적 권위를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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