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현의 북한읽기] 조선노동당 8차 대회 전망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장 2021. 1. 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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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뉴스1이 북한 전문가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의 글을 연재한다. [정창현의 북한읽기]는 북한 정치·군사·사회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리더십 해석'을 통해 반 발짝 앞서 북한의 변화를 읽어낸다. 정창현 소장은 서울대 대학원(국사학과)을 마치고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 전문기자를 거쳐 국민대·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국가기록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장 = 북한이 5년 만에 조선노동당 8차 대회를 개최한다. 북한에서 당대회는 당의 노선과 정책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는 최고당의 최고 지도기관으로, 당의 노선을 토의 결정하지만 사실상 올해와 향후 4년간의 국가전략을 제시한다. 당 대회에서는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당 규약 개정, 당중앙위 인선 등이 이뤄진다.

2012년 출범한 김정은체제가 2016년에 열린 7차 당 대회를 계기로 명실상부하게 '김정은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을 선포했다면, 이번 8차 당 대회는 김정은시대의 노선과 정책방향을 더욱 뚜렷하게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7차 당 대회가 1980년 6차 당 대회 후 36년 만에 열렸기 때문에 '원론'과 '장기적 단계'에 초점을 맞춰 노선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면, 8차 당 대회는 좀 더 단기적인 정책방향과 각론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도 대외적인 메시지보다는 내부의 당 사업 개선, 경제사업의 혁신과 인민생활 개선 방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1월 초순' 제8차 노동당 대회 개최를 예고한 북한이 현재까지 별다른 동향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3일 오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마을이 고요하다. 2021.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7차 당 대회와 8차 당 대회의 다른 점

2016년에 열린 조선노동당 7차 대회는 무려 36년 만에 열렸다. 그 사이에 김일성 주석 사망, '고난의 행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등 북한 내부에는 격동적인 사건이 많았다. 당 대회 사이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7차 당 대회의 총화보고도 '주체사상·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 '사회주의 위업의 완성을 위하여',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하여', '세계의 자주화를 위하여', '당의 강화발전을 위하여' 등 총 5개 제목으로 나눠 큰 틀에서 원론적인 측면에서 검토와 방향성 제시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7차 당 대회에서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 '조국통일', '세계자주화' 실현을 3대 과업으로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노동당의 최고강령으로 명기했다. 또한 당면 시기를 '주체혁명위업수행의 도약기'로 규정하고, '주체혁명위업수행의 도약기'에 견지해야 할 전략적 노선으로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제시했다. 북한으로서는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렸고,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했기 때문에 변화된 상황에 맞게 새로운 원칙과 방향 규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8차 당 대회는 5년 만에 열리고, 7차 당 대회에서 제시된 3대 과업이나 '혁명 단계'에 변화를 줄 요인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7차 당 대회 이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정치국(확대)회의, 정무국 회의, 당중앙군사위원회를 정기적으로 열어 상시적으로 현안검토가 이뤄졌다. 김정은체제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많은 경험과 교훈들이 쌓였기 때문에 이번 8차 당 대회에서는 '원론'보다는 향후 5년간의 '국면'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실천적 목표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다. 특히 '김정은시대'의 색깔을 더 분명히 하는 방향에서 정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북한은 "사회주의강국건설에로 향한 지나온 5년간의 사업에서 이룩된 경험과 교훈들을 분석총화하고 우리 혁명발전과 조성된 정세의 새로운 요구에 기초하여 올바른 투쟁 노선과 전략전술적 방침들을 제시할 목적"으로 8차 당 대회를 소집한다고 발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50여 년 만에 이뤄지는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개편

북한은 지난해 11월 말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8차 당 대회 준비상황을 점검하면서 '당의 영도체계와 사상사업 부문 강화'를 위해 "당중앙위원회의 해당부서기구를 개편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고 조직기구적 문제를 승인했다. 또한 북한은 이번 8차 당 대회 소집 목적의 하나가 "당조직들과 당일꾼들의 사업정형을 심도 있게 총화하고 혁명과 건설에 대한 정치적 지도, 정책적 지도를 더욱 심화시키기 위한 혁명적인 대책들을 강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정치적 지도'는 주로 당중앙위원회 전문부서 중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를 겨냥한 지적이다. 이러한 언급들은 197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등장해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사업에 대해 '집중 지도'한 후 50여 년 만에 이 부서들을 개편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조선노동당의 가장 핵심부서는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다. 당중앙위원회 산하 부서 중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만이 유일하게 "당을 꾸리며 당을 움직이는 사업"을 전담한다. 즉 내각의 각 부처들을 정책지도하는 부서가 아니라 당 내부사업을 보는 전담부서로 기능한다. 그래서 북한에서 당사업 강화는 곧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의 강화를 의미한다. 북한에서는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의 관계를 의사와 약사에 비유한다. 조직지도부에서 당 운영과 당원의 문제점을 파악(진단)하면 그에 맞게 선전선동부가 처방(교양)을 내리는 것이다.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개편은 2019년 말부터 구체화되기 시작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김정은 위원장이 몇 년 전부터 공개적으로 조직지도부의 사업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특히 지난해 2월 김일성고급당학교 비리사건으로 이만건 조직지도부장이 해임되면서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19년 말 북한은 조직지도부 내 군사부문을 독립시켜 '군정지도부'를 신설했다. 부서 이름으로 추정해 볼 때 인민군 내 당위원회 조직과 총정치국, 중앙당 조직지도부에서 직접 파견된 정치위원들을 지도하는 부서로 보인다. 인민군 내 정치조직에 대한 당의 지도와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다음 수순으로 북한은 지난해 8월 조직지도부의 행정부문을 확대 개편해 '조직행정부' 혹은 '행정지도부'(북한은 신설부서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음)로 분리했다. 이 부서의 역할에 대해 북한은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이익을 수호하고 사회의 정치적 안정과 질서를 믿음직하게 유지 담보하며 우리의 계급진지, 사회주의 건설을 철통같이 보위해나가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2007년 조직지도부에서 행정부로 독립했다가 2013년에 조직지도부로 통합된 '조직지도부 행정부문'(사법·보위·안전 기관 관장)을 별도 부서로 분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직행정부의 지도를 받는 인민보안성도 사회안전성으로 이름을 바꾸고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러한 조직개편으로 조직지도부 내의 핵심 부문 2개가 독립부서로 분리됐다. 이러한 조치는 기본적으로 군대 내의 당정치사업, 행정사업에 대한 당의 지도 강화를 위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지도부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막강한 조직지도부의 조직을 분할하고, 분할된 부서의 책임자에게 과거보다 강력한 권한과 책임성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북한은 조직지도부에 이어 선전선동부 개편도 '사상교양'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선전사업은 대중에게 당의 사상과 이론, 노선과 정책을 체득시키는 사업이며, 선동사업은 대중을 혁명과업수행을 위한 투쟁으로 불러일으키는 사업"으로 규정돼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하면서 여러 차례 "지금 제일 걸린 문제는 바로 일꾼(간부)들의 사상관점에 있다"라고 지적한 만큼 선전선동부 개편은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다. 한 예로 지난 해 3월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사상과 노선이나 제시하고 호소나 하는 광고당, 허수아비당을 인민은 따르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선전선동부의 사상사업이 '형식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추론된다.

즉, 조직지도부에서 현재 간부들의 세도와 관료주의가 시급한 고쳐야 될 병폐이고, 이를 위한 사상사업의 기본이 '인민대중제일주의'란 것까지 제시했으므로, 선전선동부가 이를 잘 선전 교양해야 하는데 문건이나 제시하고 강연 등을 진행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선전선동부 개편 내용과 조직지도부 내 다른 부문에 대한 개편 여부는 이번 8차 당 대회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외부에서는 관심도가 떨어지지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굉장한 민감한 문제이고, 향후 북한의 지향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제8차 당 대회를 앞두고 80일 전투를 벌인 북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 발표

북한은 지난해 8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7기 6차)를 열고 8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경제 상황을 총화(결산)하고 새로운 경제계획을 제시하겠다는 뜻이다.

7차 당 대회에서 북한은 '경제-핵 병진노선'에 의거해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북한은 당시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3대 지표인 정치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 중 "정치·군사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섰지만 경제부문은 아직 응당한 높이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기본목표는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사이의 균형을 보장하여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전반을 놓고 볼 때 첨단수준에 올라선 부문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문은 한심하게 뒤떨어져 있으며 인민경제 부문들 사이 균형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선행부문이 앞서 나가지 못하여 나라의 경제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경제 건설을 위한 전략노선을 "자력자강의 정신과 과학기술을 틀어쥐고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인민들에게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조건을 마련하여 주는 것"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첫째로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하고, 둘째로 국가의 경제조직자적 기능을 강화하고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전면적으로 확립하며, 셋째로 과학기술강국에 기초한 경제건설을 해야 한다는 세 가지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7차 당 대회에서 제시된 이러한 경제발전의 기본목표와 노선, 정책방향은 8차 당 대회에도 재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핵심과제인 '경제부문 사이의 균형 보장'에서 일정한 성과를 냈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연이은 자연재해로 목표치에 미달했고, '전략'이 '계획'으로 바뀐 만큼 경제발전5개년 계획에서는 좀 더 세부적인 목표와 방향이 제시될 것이다. 특히 경제의 정보화와 과학화, 인민생활 개선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2019년 12월 말 열린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와 지난해 8월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당의 경제부서들이 주객관적 환경과 조건에 맞게 맡은 부문에 대한 지도를 과학적으로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제지도기관들이 맡은 부문에 대한 지도를 주객관적 환경과 조건에 맞게 과학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관주의와 형식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신랄하게 지적했다.

여기서 '주관주의'는 주객관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목표 설정을, '형식주의'는 말만 앞세우고 실천방안을 제대로 수립하는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말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 자급자족하자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는 우리의 사업은 지난 날의 타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립, 자강의 거창한 위업을 견인하고 추동하기에는 불충분하며 대담하게 혁신하지 못하고 침체되어 있는 국가관리사업과 경제사업 등 현 실태에 대해 분석"하고 "자력갱생한다고 구호만 웨(외)치면서 실지에 있어서는 인민경제의 자립적 토대를 정비보강하는데 힘을 넣지 않고 있는 페(폐)단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자료들을 들어 세세하게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주관적으로 경제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미국의 경제제재 탓으로 돌리는 태도, 자력갱생을 구호로 외치지만 실제로는 경제봉쇄와 자금 탓을 하는 태도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8차 당 대회에서는 지난 5년 동안 경제계획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한 결과를 인정하면서 올해와 향후 4년의 경제발전 목표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과 '인민대중제일주의'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제정책의 '현실성'을 강조하는 방향이다. 다만 8차 당 대회 결정서에 구체적인 목표가 수치로 명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 경제부서들의 '정책적 지도' 강화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경제 사업체계와 질서 정돈, 과도적이고 임시적인 사업방식 탈피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전력문제와 식량문제 해결과 함께 지난해 강조된 국가적 방역체계 완비, 지방 주택단지 확대 등이 강조되고, 올해 달성하지 못한 평양종합병원 준공과 삼지연시 3단계 개발사업 종료 등이 목표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원산갈마관광지구 개발, 평양과 지방의 격차 해소를 위한 지방 도시와 군 생활개선사업 등도 주요하게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경제 자립성과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이면에 적극적인 대외개방과 교류를 염두에 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점이다.

© News1 DB

◇ 대외관계 메시지

미국에서 새로운 행정부가 등장한 만큼 북한이 미국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은 아직까지 바이든 행정부 등장에 대해 공식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외부의 관심만큼 북한이 이번 8차 당 대회에서 구체적인 대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미, 대남관계를 총괄한다는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미 지난해 7월10일 담화에서 "미국과는 당장 마주앉을 필요가 없으며 미국의 중대한 태도 변화를 먼저 보고 결심해도 될 문제"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놓았다. 미국이 먼저 제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번 8차 당 대회에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당규약을 개정해 '경제-핵 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을 포함시킬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7차 당 대회에서 '경제-핵 병진노선'을 당 규약에 포함시키고,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북한은 2년 뒤인 2018년 4월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을 새롭게 채택하고, 북미협상에 나선 바 있다.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됐지만 북한이 아직까지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을 폐기한 징후는 없다.

북한은 7차 당 대회에서 핵무력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핵 선제 불사용'과 '핵의 비확산'에 대해서는 충실히 지키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 같은 기조는 8차 당 대회에서도 그대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새로 출범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는 '대북 적대시정책'의 우선 폐기를 요구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내부적으로 여러 차례 북미협상이 장기성을 띨 것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돌 경축 열병식 연설에서 "혁명 무력이 있기에 어떤 침략세력도 우리를 넘볼 수 없다. 이제 남은 건 인민이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이라며 "부흥번영의 이상사회를 최대로 앞당겨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부흥번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평화적 환경'이 필요하다. 따라서 북한이 먼저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올해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연습의 규모와 강도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즉 북한은 8차 당 대회에서 지난 7차 당 대회처럼 미국을 겨냥해 "남조선에서 침략군대와 전쟁장비들을 철수시켜야 한다", "조선반도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라며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원론적인 내용만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재 거론되는 '4자회담'이나 '종전선언'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보다는 오히려 중국을 향한 대외메시지가 주목된다. 북한은 7차 당 대회에서 대외경제관계와 관련해 "대외무역에서 신용을 지키고 일변도를 없애며 가공품 수출과 기술무역, 봉사무역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에서 무역구조를 개선"하고, "경제개발구들에 유리한 투자 환경과 조건을 보장하여 운영을 활성화하며 관광을 활발히 조직"할 것을 주문했다.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8차 당 대회 결정서에는 이 같은 방침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겠지만 실제 정책방향에서는 중국과의 경제협력관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신압록강대교 개통, 중국의 부분적인 제재 완화 등 북한으로서는 올해 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해 북중관계에 집중해야 할 요인들이 많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은 겨울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평양역에서 소독사업을 진행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남북관계 메시지

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방해하고 동족사이의 불신과 적대감을 부추기는 외세의 분열이간책동과 그에 편승하는 일체 행위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북과 남이 여러 분야에서 '각이한 급의 대화와 협상'을 적극 발전시켜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조국통일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출로를 함께 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북남군사당국회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론적인 통일원칙, 수용하기 어려운 '대남압박성 주장'도 포함돼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며 통일의 동반자로서 함께 손잡고 관계개선과 조국통일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자"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이러한 기조 아래 2018년에는 '북미, 남북관계 연계전략'을 채택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을 통해 북미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정책으로 나왔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은 '북미, 남북관계 연계전략'을 폐기한 뒤 남쪽에 대해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했고, 아예 대남접촉을 금지시켰다.

지난해에 남북 정상 간에 친서가 오고가고, 김 위원장이 10월 열병식 연설에서 "하루빨리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다시 대화분위기를 조성됐다는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사이에 소통창구가 다시 마련된 만큼 북한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등 보건협력, 경제위기 완화 등을 고려해 남쪽과 먼저 손을 잡는 '선남후미(先南後美)'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북미, 남북관계 연계전략'이 폐기됐기 때문에 8차 당 대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기대하는 메시지는 담기지 않을 것이다. 대화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해도 여러 가지 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 대화와 교류를 재개할 수 있는 단초는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대외적,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1년 동안 '정면 돌파전'을 벌여왔다. 대외적 문제보다 '내부 혁신'에 집중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연이은 자연재해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8차 당 대회는 올해뿐만 아니라 적어도 5년간의 정책방향을 내놓은 자리다. 북한이 예고한 대로 얼마나 주객관적 조건을 구체적으로 반영해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워 발표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예상을 빗나가는 파격적인 제안이 담길 수도 있고, 당 대회 속성상 추상적인 방향성만 제시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북한이 "새로운 단계에로 이행"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8차 당 대회가 북한 내부적으로는 변화의 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창현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장. 2019.3.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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