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단교' 카타르에 3년7개월 만에 하늘길·바닷길 연다

김윤나영 기자 2021. 1. 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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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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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4일(현지시간) ‘앙숙’ 카타르에 국경을 열었다. 닫혔던 하늘길·바닷길도 다시 열기로 했다. 2017년 6월 이란과 친하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지 3년 7개월 만이다. 화해는 미국과 쿠웨이트가 중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임기 말 ‘이란 고립 정책’의 퍼즐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흐메드 나세르 무함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외무장관은 이날 “오늘 저녁을 기해 사우디와 카타르가 영공과 육로, 해상 국경을 연다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우리 지역의 도전에 직면한 통일과 연대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고 사우디 국영 통신이 전했다.

양국은 5일 사우디 북서부 도시 알울라에서 열리는 연례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서 합의문에 정식 서명하기로 했다. GCC 정상회의에는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도널드 이번 합의를 중재한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참석한다.

사우디는 이날 3년 7개월 만에 카타르 국경을 개방했다. 알자지라방송은 “분위기는 조용하지만, 세관원이 근무하고 있고 모든 출입국 카운터가 열려 있다. 젊은 카타르인들이 국경을 향해 운전해왔다. 차량 9~10대가 국경 지점 입구에 있는 교통경찰에게 실제 국경이 열려 있는지 확인하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봉쇄가 해제되고, 상품 교류뿐 아니라 국가 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역내 더 많은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카타르매체 걸프타임스가 전했다.

카타르는 이란과 걸프아랍 국가들 사이의 ‘외줄타기’ 외교를 벌여온 국가다. 이란과 중동 역내 패권을 두고 다투는 사우디가 예멘 내전 등에서 이란과 대리전을 치렀던 것과는 달리, 카타르는 이란과 해상 가스전을 공유하는 등 경제 협력을 강화해왔다. ‘젊은 개혁 군주’ 이미지를 내건 타밈 카타르 국왕이 지원하는 알자지라 방송도 나머지 걸프 국가들에는 눈엣가시였다.

이에 사우디·이집트·UAE·바레인 4개국은 2017년 6월 카타르가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이란과 우호관계를 유지한다면서 단교를 선언했다. 4개국은 알자지라 방송 폐쇄, 이란과의 군사협력 금지, 이슬람 풀뿌리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과의 관계 단절 등을 단교 철회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카타르는 테러그룹을 지원하지 않았으며 이들 국가의 요구사항이 주권침해라고 거부했다. 카타르는 인접한 국가의 하늘길·바다길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50억달러의 손실을 보상하라는 소송에 돌입했다.

쿠웨이트와 미국이 화해를 중재했다. 카타르가 50억달러의 손실을 보상하라는 소송을 포기하는 대가로 하늘길과 바닷길을 열도록 타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달 사우디와 카타르를 잇달아 방문하며 중재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의 화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고립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후 대이란 제재를 강화했다. 걸프 아랍국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협약인 ‘아브라함 협약’ 체결을 중재하며 이란을 고립시켜왔다. 이란과 경제협력을 강화한 카타르와 다른 걸프아랍국이 손을 잡는다면 이란은 중동에서 더 고립될 수 있다.

다만 이번 합의에는 사우디와 함께 단교를 단행한 이집트, UAE, 바레인이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리는 이번 합의가 “3년 넘게 이어져온 걸프 지역의 카타르 보이콧을 종식시키기위한 광범위한 합의의 전주곡”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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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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