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의 畵音] 푸른 도나우강에는 위로와 희망이 흐른다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2021. 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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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인상파 화가 장 베로
'왈츠의 왕' 요한 스트라우스2세 동상© 뉴스1

(서울=뉴스1)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 매년 어김없이 연주되는 음악이 있다. 바로 요한 슈트라우스들의 곡이다. 그 유명한 '라데츠키 행진곡'을 작곡한 이는 '왈츠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이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작곡한 이는 '왈츠의 왕'으로 불리는 그의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다.

슈트라우스 부자가 살았던 당시 비엔나에서는 밤마다 무도회가 끊이지 않았다. 무도회는 상류사회의 생활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남녀가 짝을 이뤄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는 왈츠는 무도회의 필수품이었다.

슈트라우스 2세는 어릴 때부터 작곡에 재능을 보였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음악가로 사는 것을 반대했다. 슈트라우스 2세는 음악 공부를 몰래 이어갔고 결국 아버지를 능가하는 음악가가 된다. 비엔나의 세련됨과 화려함을 담은 슈트라우스 2세의 음악은 단순히 유행했던 춤곡을 넘어 작품성마저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오케스트라를 물려받은 슈트라우스 2세는 '왈츠의 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수 많은 명곡들을 탄생시기고 연주했다. 그의 음악은 당시의 비엔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빈의 숲 이야기' 등은 비엔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으며 '술과 여자와 노래', '샴페인 폴카' 등은 비엔나의 화려했던 향락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당시 비엔나의 또 다른 유행은 오페라타였다. 그 중심에는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가 있었는데 그는 슈트라우스 2세와 일종의 경쟁구도를 그리고 있었다. 1864년, 오펜바흐는 비엔나에 방문해 지휘 중이었는데 그때 그는 비엔나 기자협회를 위한 무도회에 '석간신문'이란 왈츠를 작곡해 주었다.

이에 신문사는 슈트라우스 2세에게 '조간신문'을 작곡해줄 것을 의뢰했고 이를 받아들인 슈트라우스2세는 아침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경쾌한 왈츠를 작곡한다. 해가 떠오르는 아침, 하루를 시작하는 종소리, 신문을 파는 소년, 바쁘게 움직이는 시민들. '조간신문'을 듣고 있노라면 19세기 중반, 비엔나의 상쾌한 아침이 떠오른다.

슈트라우스 2세가 비엔나의 풍경을 자신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낸 것처럼 미술계에서는 장 베로가 파리의 풍경을 그림에 담아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버지가 작곡가였던 것처럼 베로의 아버지는 조각가였다. 베로는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해 법률가가 되려고 법학을 공부했으나 보불전쟁을 거치며 화가로 진로를 바꾸게 된다.

장 베로 작 '무도회'© 뉴스1

장 베로는 프랑스 파리의 모습을 정확하게 포착해내는 그림으로 유명한 인상파 화가다. 그는 파리의 벨에포크(아름다운 시절)를 주로 그렸다. 살롱 문화가 발달했던 파리는 화려함 그 자체였다. 그의 그림에는 드레스와 장신구를 걸친 여인들, 턱시도를 깔끔하게 차려 입은 신사들의 모습을 마치 스냅 사진을 찍듯 담겼다. '무도회', '피아노 주변에서'와 같이 화려한 사교계의 모습을 담은 그의 그림들에서 당시 파리 귀족과 부르주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베로는 파리인들의 모습을 정확히 포착하기 위해 마차를 화실로 개조해 길거리에 세워놓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의 열정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화려함만 담았을 것 같은 베로이지만 '메종 파캥에서 나오는 노동자들'과 같은 그림들에서 그는 노동자의 삶 또한 그림에 담아냈다. 노동자들이 없다면 상류사회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쩌면 당연하지만 숨겨진 당시 파리의 모습을 표현한 것일까? 그의 그림에선 상류층과 더불어 가난한 서민들의 모습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슈트라우스 부자의 왈츠 역시 상류층만을 위한 음악처럼 느껴지지만 그 뿌리는 서민에 있었다. 왈츠는 본래 18세기 오스트리아 지방의 민속 춤곡이었는데 19세기에와서 부르주아 사교계를 대표하는 춤이 된 것이다. 상류층을 위한 음악이 서민의 음악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또한 그 수많은 왈츠를 작곡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춤을 출 줄 몰라 아무리 권해도 절대 춤을 추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재미있다.

1866년, 슈트라우스 2세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한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랠만한 작곡을 의뢰 받는다. 이에 그는 오스트리아에 흐르는 도나우강을 주제로 쓴 칼 베크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작곡한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도나우 강은 사실 푸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패배감에 젖은 오스트리아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음악으로 푸르지 않지만 푸르게 그려낸 음악,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바로 위로와 희망을 담아낸 곡이었던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제 2의 애국가로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빈 필하모니 신년음악회는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로 무관객으로 이루어졌다. 순간을 포착하는 어느 인상파 화가가 현재 우리의 모습을 담아낸다면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해 줄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같은 음악이 필요한 때이다.

"아름다운 여인이여, 세상의 괴로움을 딛고 기품과 젊음이 넘치는 그대와 만나리…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칼 베크의 시 중에서)

장 베로 작 '메종 파캥에서 나오는 노동자들'© 뉴스1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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