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컨슈머]④ 주문 후 2시간이면 문 앞으로..배송 앞당긴 도심 속 물류센터

윤희훈 기자 2021. 1. 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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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서 도심으로 들어온 물류센터
치열한 '라스트 마일' 경쟁… "빨라야 산다"

중국 베이징에 소재한 허마셴셩 매장./조선DB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허마셴셩(盒馬鮮生·FreshHippo). 2016년 상하이에 첫 매장을 낸 이 회사는 물류센터에서 3Km 이내 고객에 30분 내 신선식품을 배송한다. 상품 가격은 경쟁사보다 비싼 편이다. 그러나 ‘최대한 짧은 시간에 고품질 상품을 제공한다’는 사업 철학이 고객을 끌어들였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해 4~6월, 한 해 전보다 온라인 매출이 60% 늘었다. 매장 확장 속도도 가파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9월말 현재 222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2022년에는 200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신세계 등 초고속 배송 경쟁

소비자 가까이 물류센터를 두고 초고속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스트 마일’ 서비스가 국내 유통업계에도 확산하고 있다. 이천·여주·하남 등 서울 주변에 물류센터를 두고 대도시 내 대형마트로 물품을 배송하던 과거와 달리, 도심 내 매장 일부를 소규모 물류센터(MFC,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로 운영한다. 이곳에서 물품 보관·포장·배송·교환·환불 등 모든 과정이 이뤄진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쇼핑몰 SSG닷컴에 들어오는 주문의 40%를 이같은 이마트 내 소규모 물류센터에서 처리한다. 이마트는 현재 115개 매장에서 이를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도 온라인 신선식품 주문이 들어오면, 마트 매장 내 상품을 직접 포장해 배송한다. 직원이 주문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매장 곳곳의 수집 장소(스테이션)에 올리면, 이를 컨베이어밸트를 활용해 집하장으로 옮겨 곧장 배송하는 형태다. 이른바 ‘스마트스토어’다. 온라인 주문부터 배송까지 2시간 안에 해결한다. 서울 광교점과 중계·강변점, 광주수완점 등 4곳에서 이 같은 방식이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는 올 연말까지 이런 점포를 12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 소규모 물류센터(청계천점). 매장 한쪽 끝에 고객들이 주문한 상품을 담은 바스켓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운송되고 있다. /조선DB

홈플러스도 '1시간 이내 즉시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를 위해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배달 플랫폼 '요기요'와 손잡았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 인근 1.5km 이내 고객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요기요 앱으로 신선식품 등을 주문하면 한 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마케팅)는 "(주문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매장의 풀필먼트화는 소비자에 (최대한 빠른 배송 서비스인) 라스트 마일 경험을 높인다"며 "이는 유통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고객이 주문 상품을 직접 찾아가는 등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도 도입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23일부터 서울 성수점과 서수원점에서 ‘매장 픽업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소비자가 자정부터 오후 4시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당일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고객주차장 내 픽업 장소에서 주문 상품을 받아갈 수 있다. 이는 미국 월마트의 ‘커브사이드 픽업’ 서비스를 벤치마킹했다.

◇ 배달앱, 전통시장도 빠른 배송 경쟁 가세

배송 경쟁에 합류한 배달플랫폼. 사진은 배달의민족의 ‘B마트’ /배달의민족 제공

배달의민족(배민) 등 배달 플랫폼기업도 이 같은 물류 경쟁에 가세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11월 ‘B마트’ 사업을 시작했다. 동네 편의점과 비슷한 상품 가격에 배달료 2500원만 더 내면 가정간편식·디저트·생필품 등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사업 초기엔 가정에서 아기를 보거나 늦은 밤 외출을 꺼리는 여성 고객이 주로 이용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이용자가 증가했다. 배민이 설치한 서울·수도권 내 B마트 물류센터는 32곳에 달한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러버리히어로코리아도 지난해 9월 비슷한 형태의 ‘요마트’ 1호점을 열었다. 생필품·식자재 등을 30분 안에 소비자에 배달하는 서비스다.

전통시장도 빠른 배송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 동작구 성대시장은 네이버 쇼핑으로 주문하면 2시간 안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지난해 6월부터 시작했다. 그해 7월엔 금천구 남문시장도 네이버를 이용한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통시장 배달 전문 애플리케이션(앱)인 '놀장(놀러와요 시장)'도 등장했다. 이 앱에 접속해 거주지 인근 시장을 선택한 뒤 신선식품 등을 주문하면 집까지 30분 안에 배송한다.

◇ 빠른 배송 경쟁, 전통시장 소외 키울 듯

다만, 빠른 배송 경쟁은 유통시장 내 양극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대다수 전통시장 내 상인들은 영세하거나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배달앱 등을 이용하는 전통시장은 전국에서 30곳을 넘지 못한다. 이는 전국 전통시장(1500여곳)의 2%에 불과하다. 한 전통시장 상인은 "한 전통시장에서 생산가게만 10곳이 넘는 데, 주문 앱으로 어떤 가게의 어떤 생선을 골라 배송할 지를 선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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