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금융계 여성인력 확보, 왜 중요한가

편집국 2021. 1.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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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 여성금융인넷트워크 회장·한국국제금융연수원장] 1951년 사회심리학의 선구자였던 솔로만 애쉬(Soloman Asch)의 실험은 집단의견 앞에서 개인이 얼마나 자신의 소신을 지킬 수 있는가의 실험이었다. 10명의 학생에게 왼쪽에 그려진 선이 오른쪽 세 개의 선 중 길이가 같은 것을 선택해보라는 간단한 실험이다. 그런데 피실험자는 주최 측으로부터 10명 중 9명에게 잘못된 대답을 하라고 지시받았는지를 몰랐다. 피실험자가 맨 마지막에 대답할 차례에서 다른 피실험자들이 차례로 모두 틀린 답을 말하자, 집단의견과 다르면 자신이 바보 취급당할 것을 우려해 틀린 답을 말하게 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같게 유도하는 것이 거짓 합의의 위험이다. 이 실험은 지금의 모든 분야에서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분명한 교훈이지만, 특히 금융서비스에 있어서 이 실험은 더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대한민국 여성금융인 국제콘퍼런스’의 주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물결-다양성과 포용성’이었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고위직의 성 다양성 개선이 ‘진정한 사업의 기회’라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 금융권의 고위층 성 다양성 개선은 유별나게 변화가 더뎠다. 이 행사에서 피터 그라우어 블룸버그 회장은 “이제는 다양성이 단순한 도덕적 의무를 넘어 비즈니스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투자자는 투자 대상기업의 성평등지수와 같은 통계를 살펴보고 투자한다. 성에 있어서 높은 수준의 포용성을 보이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나스닥의 첫 여성 CEO인 아데나 프리드먼도 나스닥 상장기업은 최소 여성 1명과 소수계층 1명을 이사진에 포함해야 한다는 상장의무 조건을 담았다. 돈이 움직이는 자본시장에서의 의무조항사항이라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고위층의 다양성 구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국내 금융권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고위층에 남성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이를 애써 외면하는 것 같다. 이미 금융선진국의 규제 당국들은 솔선수범하여 다양성의 가치를 포용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고, 감독의 핵심 부분으로 정해 놓고 있다. 영국의 금융 행동규제기관인 FCA는 제일 먼저 ‘여성금융인헌장’에 서명했고, 고위층 지도부의 목표를 2025년까지 50%로 잡아놓았다. 성별 임금의 격차도 현재 20%대 미만이지만 더 개선한다는 목표다.

국내의 현실은 아직 멀었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전자공지시스템에 의하면, 국내 대표 금융기관인 5개의 금융지주사와 6개 은행을 합한 11곳의 전체 임원 수 132명 중 여성 임원은 고작 7명이다. 남·여 임원 비율이 5.3%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도 국내 8개 금융권의 남·여 임원의 임금 격차는 2019년 말 기준으로 1.82배, 그중 은행업은 1.91배 차이라고 했다.

고용주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통계발표가 편치 않겠지만, 성별 임금 격차 발표는 해마다 계속되어야 한다. 이는 남성보다 여성을 경시하는 문화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어떤 여성도 특별한 대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여성들이 하는 만큼 인정해주면 된다.

다양성 개선에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여전히 가족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 맡겨지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남성들도 여성 이상으로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다. 이미 일부 남성들은 육아휴직 또는 유연 근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젊은 층의 가족책임의 문화 변화는 직업 관행에서도 성별을 더 중립적으로 만들고 있다. 성별 배경이 무엇이든 간에 남·여가 서로 돕는 문화로 이어진다면 더 지속 가능하고 더 긍정적인 세상이 될 것 같다. 2021년도에는 다양성이 좀 더 크게 개선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편집국 (colum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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