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 알버트 푸홀스, 어떤 2021시즌 보낼까[슬로우볼]

안형준 2021. 1.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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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푸홀스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즌을 준비한다.

알버트 푸홀스는 2011년 12월 LA 에인절스와 '메가 딜'을 체결했다. 계약기간 10년 동안 2억5,400만 달러를 받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이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뉴욕 양키스 계약에 이어 메이저리그 역사상 2번째로 큰 규모의 계약이었다. 31세 시즌을 마친 뒤 에인절스에서 41세 시즌까지 뛰기로 약속한 푸홀스는 이제 곧 41세가 된다.

장기계약에 대한 위험성은 당시에도 모두가 알고있었다. 하지만 푸홀스라는 선수를 잡기 위해서는 그만한 계약이 필요했고 에인절스는 누구보다 큰 투자를 했다. 그를 놓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팬들에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초대형 계약이 수긍될 정도로 푸홀스는 위대한 타자였다. 1999년 신인드래프트 13라운드에서 세인트루이스에 지명돼 2001년 빅리그에 데뷔한 푸홀스는 데뷔시즌부터 최고였다. 데뷔시즌 161경기에서 .329/.403/.610, 37홈런 130타점을 기록하며 만장일치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데뷔시즌 올스타에 선정됐고 실버슬러거까지 수상했다. MVP 투표에서는 4위에 올랐다.

2년차 시즌에 MVP 투표 2위에 오른 푸홀스는 2003년 2위, 2004년 3위를 기록했고 2005년 첫 MVP를 수상했다.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 MVP를 수상한 푸홀스는 데뷔 첫 10년 동안 세 차례 MVP를 수상했고 8차례 MVP 투표 TOP 3에 이름을 올렸다. 데뷔 10년 연속 32홈런 이상을 때려냈고 100타점 이상을 올렸다. 시즌 타율도 늘 3할을 훌쩍 넘겼다.

데뷔 첫 10년 동안 푸홀스는 1,558경기에 출전해 .331/.426/.624, 408홈런 1,230타점 75도루를 기록했다. 해당기간 쌓은 fWAR는 무려 77.3. 푸홀스는 해당기간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1위, 출루율 3위, 장타율 2위, 홈런 2위, 타점 2위를 기록했다. 로드리게스, 배리 본즈와 나란히 서는 장타력을 과시하면서 스즈키 이치로와 같은 타율을 기록했다. 푸홀스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타자였다.

푸홀스는 2011년 147경기에서 .299/.366/.906, 37홈런 99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로우 성적을 썼다.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미만의 타율을 기록했고 100타점 달성에 실패했다. 홈런과 도루를 제외한 사실상 거의 모든 부문에서 커리어 최저 기록을 썼다. 그리고 FA 시장에 나섰다.

커리어 로우 기록조차도 훌륭했던 푸홀스의 시대는 본즈의 시대처럼 길게 이어질 것만 같았고 에인절스는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그 계약은 에인절스에 재앙이 됐고 메이저리그에는 충격이 됐다.

푸홀스는 에인절스 입단 후 단 한 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고 단 한 번도 9할 이상의 OPS를 기록하지 못했다. 한 차례 40홈런 시즌(2015)이 있었고 4차례 100타점 시즌을 만들기는 했지만 다른 모든 부문에서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최악의 성적을 낸 2011년보다 나은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이지 못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11년 동안 1,705경기에 출전해 .328/.420/.617, 445홈런 1,329타점 84도루를 기록한 푸홀스는 에인절스에서 9년 동안 1,157경기에 나서 .257/.312/.448, 217홈런 771타점 30도루를 기록했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성적차. 그렇게 역사적인 타자였던 푸홀스는 역사적인 '먹튀' 반열에 올랐다.

에인절스 입단 첫 해 OPS 0.859를 기록한 푸홀스는 이후 8년 동안 한 번도 8할 이상의 OPS를 기록하지 못했다. 30대 후반에 들어선 최근 4시즌은 그마저도 하락해 한 번도 타율 2할5푼, OPS 7할4푼을 넘지 못했다. 공격 생산성을 나타내는 wRC+ 등 지표에서도 4년 연속 평균 이하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푸홀스는 약 열흘 후면 41세가 된다. 2021년은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강산이 변할 시간동안 시달린 악몽과 드디어 결별할 수 있는 시즌이다. 그리고 이미 생산성을 거의 잃어버린 푸홀스에게는 어쩌면 현역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다. 푸홀스는 지난 여름 "계약이 끝난다고 현역 생활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그의 손을 잡을 구단이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쌓은 아름다운 숫자들을 에인절스에서 열심히 깎아낸 푸홀스는 2020시즌 .224/.270/.395를 기록하며 드디어 통산 타율 3할이 무너졌다. 2020시즌을 앞두고 정확히 0.300이었던 푸홀스의 통산 타율은 이제 0.299가 됐다.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푸홀스지만 명예의 전당 입성은 확실하다. 20년 동안 통산 2,862경기에서 .299/.377/.546, 662홈런 2,100타점 114도루 fWAR 87.5를 기록한 푸홀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 5위, 타점 3위다.

홈런 4위 로드리게스와 차이는 34개, 타점 2위 베이브 루스와 차이는 113개다. 푸홀스의 최근 기량을 감안하면 2021시즌이 162경기 정상 시즌으로 치러진다고 해도 순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통산 타율을 다시 3할로 끌어올리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워보인다.

비록 세월을 거스르지 못했지만 푸홀스가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타자라는 사실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메이저리그를 지배한 대타자 푸홀스가 과연 마지막 불꽃을 어떻게 태울지 주목된다.(자료사진=알버트 푸홀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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