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소 몰랐다' 주장 뒤집혔는데..남인순 긴 침묵 논란

임재우 2021. 1. 5. 05: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을 서울시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남 의원에게 이 사실을 전달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역시 정부 위촉직에서 물러난 것 외에 별다른 입장은 표명하지 않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사망과 성추행 논란]민주당 여성의원 성명서 논의 때
'피해호소여성' 표현 주장도 알려져
여성단체연합엔 자성 촉구 대자보
"여성단체-정치권 관계 재정비해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을 서울시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남 의원에게 이 사실을 전달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역시 정부 위촉직에서 물러난 것 외에 별다른 입장은 표명하지 않았다. 여성계 내부에서는 여성운동이 정치권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의 연대’라는 본질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서울북부지검은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미투 사건’으로 고소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김영순 상임대표→남인순 의원→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를 거쳐 박 전 시장에게까지 전달됐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과 상임대표 등을 지내다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했다. 임 특보는 남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당일 “진실 규명을 위해 분투하신 피해자와 공동행동단체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몰랐다. (피소 사실을 서울시에 알렸다는) 추측성 보도를 삼가달라”고 했던 남 의원은 자신의 종래 주장을 뒤집는 수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상황이 아니겠냐”고 했다.

지난해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성명서 내용을 논의할 당시, 남 의원이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표현을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며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급기야 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실 앞에는 자신을 여성단체의 “막내 활동가”라 소개한 인물이 작성한 대자보가 붙었다. 작성자는 “본 사태는 대표자들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태도에서 기인한다” “더는 피해자가 고립되지 않도록 조직의 위계질서를 타파하고, 정치권과 결탁 없는 운동을 이어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썼다. 여성단체 출신 인사들의 정관계 진출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건강한 긴장관계는 풀어진 반면,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 속에서 후배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단체를 통한 피소 사실 유출 논란이 박 전 시장 사건의 본질을 가리지 않도록 당사자의 사과와 솔직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피해자 쪽 변호인이 여성단체에 도움을 청하고, 여성단체가 다른 단체에 연대를 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대응 과정이다. 문제는 피소 사실이 박 전 시장의 귀에 들어가게 된 부분인데, 이 지점을 구분하지 않고 한 덩어리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 의원 등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이런 경위를 설명해야 하는데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최근 낙태죄 폐지에서 보듯 여성계와 정치권의 협업은 여성단체의 구호가 제도와 법제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다만 여성단체 인사들이 정치권에 유입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긴장관계도 해이해졌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이번을 계기로 여성단체와 정치권의 관계 설정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