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존립 걸린 '인구 감소 시작' 유난히 관심 없는 정부

2021. 1. 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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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축년 새해 첫날인 1일 일산차병원에서 아빠 임상현씨와 엄마 정송민씨의 아기(태명 하트, 남)가 새벽 0시 0분에 태어나 TV 화면으로 생중계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대한민국 인구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자연 감소한 것은 충격적이다.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하면서 1년 전보다 인구가 약 2만명 줄어들었다. 2019년 합계 출산율은 0.9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꼴찌였고,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8명대로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정도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인데 정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징후조차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 대책을 물으면 지난달 15일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 계획(2021~2025년)을 보라고 할 것이다. 2022년부터 0∼1세 영아에게 30만원 지급하는 영아수당 신설, 출산 시 200만원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상한 확대 등 주로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내용으로 총 196조원을 투입하는 것이 골자다.

영아수당이나 출산 지원금 확대 등도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생애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출산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일자리 마련, 주거 안정, 교육 문제 등인데 이것들은 계속 악화됐으면 악화됐지 개선됐다고 볼 수가 없다. 그러니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어도 효과가 없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모두 45조원인데, 이를 작년 출생자 수(27만5815명)로 나누면 출생아 1인당 1억6300만원 정도였다. 차라리 이 돈을 출생아 가정들에 나눠주는 것이 낫겠다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저출산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출산율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기보다 긴 호흡으로 출산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저출산 문제를 입에 올리지 않은 지 오래다. 포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핑계로 출산 문제에서 손을 놓아버린 것이다. 정부가 출산 문제에 관심을 놓으면 출산율이 급감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경고였다. 이 정부는 유난히 국가 미래 세대의 문제는 도외시해왔다. 정부 부채가 900조원에 달한 것도 미래 세대의 부담은 어떻게 되든 지금 당장 돈 퍼붓기로 정치적 이득을 보자는 계산이 반영된 결과다. 정부가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국가의 앞날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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