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59] 매일 아침 뜨는 해가 ‘새 해’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2021. 1.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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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로랭 ‘일출의 항구’(1674), 캔버스에 유채, 72×96cm, 뮌헨 알테 피나코텍 소장.

클로드 로랭(Claude Lorrain·1604~1682)은 흔히 프랑스 화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당시 독립국이던 로렌 공국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를 여읜 그는 제빵을 배우다 형을 따라 로마로 이주하여 유명 화가였던 아고스티노 타시의 집에 하인 겸 요리사로 들어갔다. 하인이던 클로드가 어느새 제자가 된 걸 보니, 타고난 재능은 스스로 드러나는 모양이다.

그는 폐허가 된 고대 로마의 위대한 유적을 장엄한 대자연 속에 자유자재로 배치하여 웅장하면서도 감상적인 풍경화를 만들어냈다. 종종 성경이나 역사의 사건을 그리기도 했으나, 인물은 풍경을 위한 구실에 불과해서 구석에 등장할 뿐이다. 궁전이나 대저택을 장식하려는 유럽의 많은 왕실과 귀족들에게 꾸준히 주문받았던 그는 큰 재산을 일구고 말년까지 별다른 부침 없이 화업에 종사했다.

은은한 황금빛 햇살을 뿜어내는 일출과 일몰 장면은 특히 클로드 로랭의 독보적 화재(畫材)였다. 그때까지 누구도 태양이 뜨고 지는 모습을 이토록 집중적으로 그린 이가 없었던 것이다. 화면 전체에 황금빛 변주가 흐르는 ‘일출의 항구’가 바로 클로드 로랭의 전형적 풍경화다. 또렷한 건물 뒤로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이 있고, 머나먼 수평선 위로 태양이 떠올라 어둠을 몰아냈다. 그런데 태양의 위치를 보니 아직 이른 아침인데, 해안에서 짐을 부리는 인부들은 이미 한참 전부터 일을 시작했는지 아무도 일출 따위는 돌아보지 않는다. 화가 자신도 하루 중 새벽과 황혼에 화구를 들고 나가 밖에서 풍광을 그리는 게 버릇이었다니, 그에게 일출과 일몰이란 그저 매일 만나는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가 보다. 그러고 생각하니 매일 아침에 뜨는 해가 새 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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