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정치인처럼 사무실 내기는 싫었다,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사랑방이 좋아요"

최연진 기자 2021. 1.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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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전 카페 연 정병국 前의원 "돈 안 받아요, 편하게 오세요"

4일 오전 서울 이화동 벽화마을. 골목마다 그림이 그려져 있는 동네 계단을 40개쯤 오르자 정병국(63)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대문을 열고 나왔다. “잘 찾아오셨네요. 조금 불편해도 풍경이 좋아요.”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나무 테이블 너머로 각종 드립 커피 도구와 로스터기, 음료수 진열대가 보였다. 창밖으론 이화동이 한눈에 들어왔다. 보통의 카페와 다를 게 없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사랑방’을 만들고 싶었어요. 실제로 각계각층 사람들이 편하게 다녀갔고요.”

/김지호 기자

보수 정당에서 16대 국회를 시작으로 내리 5선(選)을 한 정 전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 과정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치 여정에 쉼표를 찍었다. “두어 달 집에서 쉬고 있으니 아내가 ‘밖으로 좀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여느 정치인들처럼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난가을 벽화마을 한복판에 ‘사랑방 카페’를 만들었다. 장사를 하진 않지만, ‘손님'이 오면 그가 손수 커피를 내려준다.

이날도 그는 직접 커피를 내왔다.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더니, 핸드폰으로 시간을 재면서 ‘핸드드립’ 커피를 두 잔 내렸다. 그는 의원 시절에도 의원실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최근 넉 달간 그는 접촉 사고를 다섯 번 냈다. 1993년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거쳐 다섯 차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주로 ‘기사 있는 차’를 탔던 후유증(?) 탓이다. “다른 차를 들이받은 건 아닌데, 주차가 어려워서 여러 번 긁어먹었어요. 아내가 타던 오래된 차라서 다행이었죠, 하하!” 보험회사의 ‘긴급출동 서비스’도 다섯 번이나 썼다. 직접 운전을 해야 하다 보니, 한번은 차 키를 안에 둔 채 문을 잠갔다. 헤드라이트를 켜둔 채 내렸다가 배터리가 방전된 게 두 번이다.

요즘 그는 “‘청년정치학교’ 5기 출범 준비로 바쁘다”고 했다. 2017년 바른정당 시절 만들었던 학교로, ‘교장’을 맡아 운영한 지 3년이 넘었다. 그는 “당마다 청년 아카데미가 있지만 당대표 파벌을 만드는 도구로, 당의 ‘액세서리’로 활용되기 일쑤”라며 “청년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법을 가르치면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패거리 정치’를 타파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지난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을 봤어요. 주말이면 섬으로 여행도 다니죠.” 의원 시절엔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정치인 정병국’은 언제 중앙 정치에 복귀할까. 그는 웃으면서 “때가 있겠죠”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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