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이상 신고-멍 발견땐 부모와 분리' "현행 대책 빈틈 많아.. 보완 시급" 지적

조응형 기자 2021. 1.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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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고, 아이 몸에서 멍이나 상흔이 발견되면 즉시 부모와 아동을 분리 조치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9년 차 경찰"로 소개한 A 씨는 "명백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보여 부모와 아이를 분리했다가 부모로부터 민·형사 고소를 당해 2년을 쉬어야 했다"며 "정인아 미안하다. 아저씨는 더 이상 용기가 안 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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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못막은 솜방망이 처벌]전문가들 '학대방지 조치' 조언
"첫 신고 때부터 분리 적극 검토.. 상흔땐 경찰 대신 의료진 확인을"

“아동학대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고, 아이 몸에서 멍이나 상흔이 발견되면 즉시 부모와 아동을 분리 조치한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가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경찰은 보건복지부와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지침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일선 경찰관과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해당 지침이 모호하고 빈틈이 많아 보완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첫 신고 때부터 부모와의 분리 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이 학대당할 때마다 바로 신고가 되는 게 아니다. 첫 번째 발견할 때 이미 심한 학대가 이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한 번 발견하기도 쉽지 않은데 두 번 신고돼야 분리한다는 건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가 아닌 경찰이 아이 몸의 멍과 상흔을 통해 학대 정황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인이 사건’에서도 경찰은 지난해 5월과 6월, 9월 등 세 차례의 신고 때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와 함께 출동해 아이 상태를 살폈지만 “다리 마사지를 하다가 멍이 생겼다” “아토피 때문이다” 등 부모 말만 믿고 내사 종결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9년 차 경찰”로 소개한 A 씨는 “명백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보여 부모와 아이를 분리했다가 부모로부터 민·형사 고소를 당해 2년을 쉬어야 했다”며 “정인아 미안하다. 아저씨는 더 이상 용기가 안 난다”고 썼다. 아동학대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경찰관들은 공통적으로 섣불리 학대를 의심했다가 아닌 걸로 드러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아동학대 신고 시 분리 조치에 앞서 아이를 데리고 의료진 검진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등 일선 경찰의 의사결정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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