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獨 24만명, 佛 516명 접종… 같은 유럽인데 왜 이러지?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1. 5. 0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국민들 백신 거부감 높아… 독일보다 느린 행정절차도 ‘발목’
2일(현지 시각) 파리 시내의 한 병원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는 장면./AFP 연합뉴스

EU(유럽연합)는 지난달 27일부터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공동 개발 백신을 인구 비례로 27회원국에 배분했다. 하지만 1일까지 프랑스는 516명, 독일은 2일까지 23만8809명이 접종을 마쳐 462배 차이가 난다. EU의 쌍두마차인 두 나라 사이에 접종 속도에 현격한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독일이 빠르다기보다는 프랑스가 지나치게 느리기 때문이다.

프랑스에는 백신 거부 정서가 만연해있다. 2009년 돼지 독감 유행 때 정부의 판단 착오로 수백만명 분의 백신을 사들였다가 폐기 처분한 사건이 백신 자체에 대한 불신을 키운 결정적 계기였다. 오래전부터 항생제와 우울증 치료제 복용이 많은 나라이고, 그에 따라 제약사가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백신 거부 현상의 원인이다. 12월 말 여론조사에서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한 프랑스인은 40%에 그쳤다.

이에 따라 프랑스 보건부는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불식하기 위해 속도를 강조하지 않고 안전하게 접종하는 전략을 택했다. 접종에 앞서 의사의 진찰을 받고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 등을 설명한 뒤 동의한다는 서명을 받게 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서면 동의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구두 동의만 하는 독일 등 다른 나라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백신을 맞은 모든 사람을 최소 15분간 의료진이 지켜보는 것도 속도가 지체되는 요인이다. 초기에 백신 접종자가 쓰러지는 등의 의료 사고가 생겨 백신 거부감이 증폭될까 봐 이렇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신을 맞고자 사람들이 길게는 4~5일을 대기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의학아카데미는 “접종 속도가 느리면 초기에 면역 체계를 갖추기 어렵다”며 정부 방침을 비판했다.

원래 느리기로 악명 높은 행정 절차도 빠른 백신 접종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독일은 전국에 100곳이 넘는 접종센터를 미리 준비하고 홍보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준비가 느려 기존 병원을 활용하거나 의료진이 노인 요양시설을 찾아가 접종하고 있는 실정이다. 뒤늦게 접종센터를 준비 중인데, 2월 초에나 가능하다고 공영 라디오 RTL은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당초 1월 말까지 100만명에게 접종을 마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런 목표를 2월 말로 미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다른 나라보다 백신 접종자가 지나치게 적어 비교가 되자 화가 잔뜩 났다고 뉴스채널 BFM이 보도했다.

순조롭게 접종하고 있는 독일은 반대로 백신 공급이 늦다고 불평하고 있다. 여권의 일원인 기독사회당의 마르쿠스 죄더 대표는 “독일에서 좋은 백신을 만들었는데 왜 공급 속도가 느린가”라고 했다. 화이자와 공동으로 독일 기업 바이오엔테크가 백신을 개발했는데도 왜 물량이 달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EU가 공동 접종을 선택했기 때문에 개별 구입이 불가능했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