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의 분석, 시인의 추론

금태섭 2021. 1. 5. 00: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종류가 무엇인지 특정해서 말하기 어렵지만 일단 펼치면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책이다.

요하네스 케플러에서 시작해 레이철 카슨에 이르기까지 과학자, 예술가 10명의 삶을 엮었는데, 그들의 인생 중 어떤 시기, 몇몇 단면들에 대해서만 써놓았기 때문에 평전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적당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종류가 무엇인지 특정해서 말하기 어렵지만 일단 펼치면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책이다. 요하네스 케플러에서 시작해 레이철 카슨에 이르기까지 과학자, 예술가 10명의 삶을 엮었는데, 그들의 인생 중 어떤 시기, 몇몇 단면들에 대해서만 써놓았기 때문에 평전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적당하다. 다만 그 단면들에 대해선 더할 수 없이 정밀하게 묘사해놓았다. ‘각성한 최고의 정신들 사이의 연결’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과감한 결단과 용기, 그리고 각고의 노력으로 세계를 변화시키는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1차 자료에 대한 철저한 취재와 저자의 놀라운 기억력이 멀리 떨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물 흐르듯 연결해놓았다. 곳곳에 등장하는 일화 중에도 흥미진진한 것이 많다. 요하네스 케플러가 행성의 운동법칙을 발견한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달세계를 배경으로 〈꿈〉이라는 소설을 썼으며 이 소설 때문에 그의 어머니가 마녀로 몰려 재판을 받았다는 것은 이 책으로 알게 되었다. 케플러는 사람들에게 천동설의 모순을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꿈〉을 썼다. 지구 사람들이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면서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오해하는 것처럼 달 사람들은 지구가 뜨고 지는 것을 보면서 지구가 달 주위를 돈다고 오해한다. 달 주민들의 생각이 틀린 것처럼 천동설도 틀린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아홉 개의 정령을 소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이 정령을 소환하는 어머니의 모델이 케플러의 모친이라는 이유로 마녀재판에 회부된 것이다. 케플러는 연구에 쏟아야 할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어머니를 변호하는 데 바쳐야 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며 통찰력 있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이런 대목이 그렇다. “학문 분야를 넘나드는 호기심은 창조성과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하지만 어떤 분야의 중요한 미해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한 깊은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다. 비록 마지막 해결의 통찰을 떠올리기 위해 주변 분야의 폭넓은 도움을 받는다 해도 그곳까지 가는 과정에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마리아 미첼은 〈실락원〉을 천문학적으로 분석한 글에서 이 점을 직관적으로 깨달았다. ‘밀턴은 오직 현상에 국한했을 경우 매우 정확하다. 하지만 일단 추론을 하기 시작하면 그는 천문학자가 아닌 시인처럼 추론한다.’”

8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끝내자마자 다시 읽고 싶어진다. 세계의 모순을 바로잡는 데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이 책은 무엇보다 페미니스트의 책이다.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 점까지 포함해서 별 여섯 개를 주고 싶다.

금태섭 (변호사) editor@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www.sisain.co.kr) - [ 시사IN 구독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