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고 빠르게 실패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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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 전, 세계 최대의 컴퓨터 기업이던 IBM이 음성인식 타이핑 기술을 개발하려고 한 적이 있다.
당시는 컴퓨터 실력이 타자를 얼마나 빨리 치는가로 결정되는 시절이었고, 타자를 잘 치는 사람들의 몸값이 비쌌기 때문에 다들 대박이 날 거라고 여겼다.
현재 모두의 스마트폰에 음성인식 기능이 구현되어 있지만 사용하는 이들이 드문 까닭을, 약간의 거짓말을 통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몇십 년 전에 검증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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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 전, 세계 최대의 컴퓨터 기업이던 IBM이 음성인식 타이핑 기술을 개발하려고 한 적이 있다. 당시는 컴퓨터 실력이 타자를 얼마나 빨리 치는가로 결정되는 시절이었고, 타자를 잘 치는 사람들의 몸값이 비쌌기 때문에 다들 대박이 날 거라고 여겼다. 생각하기로는 그랬다.
하지만 딥러닝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다. 아무리 IBM이라도 음성인식 기술을 당장 개발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조사팀은 이 기술의 장래성을 가늠하기 위해 기가 막힌 방법을 생각해냈다. 실험실에 컴퓨터 작업대 모형을 하나 만들고 “실제로 음성인식이 되는 컴퓨터”라고 말한다. 피험자들이 말을 하면 모니터에 글자가 찍힌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방에 숨어 있는 타이피스트가 받아 적는 것. 속이는 것이다.
결과는? 소리를 내어 떠들다 보니 곧 목이 아팠고, 업무 환경은 시끄러워졌다. 사생활 보호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음성인식 기술은 꽝이었던 것이다. 현재 모두의 스마트폰에 음성인식 기능이 구현되어 있지만 사용하는 이들이 드문 까닭을, 약간의 거짓말을 통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몇십 년 전에 검증해낸 것이다.
알베르토 사보이아의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 제안하는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이 이런 기법이다. 예컨대 이 동네에 중고 서점을 열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럼 빈 가게 하나를 잠시 빌려서 입구에 ‘중고 서점 오픈’이라고 붙여놓는다. 관심 있는 사람은 이 가게를 정말 중고 서점으로 알고 다가올 것이다. 만약 관심 있는 사람이 많으면 한번 해볼 만한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필요한 까닭은?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시장실패의 법칙’에 따라 실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닐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제품의 80%는 실패한다. 심지어 구글 같은 세계 최고의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런 서비스가 나오면 쓸 건가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데이터’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몇십 년 전, ‘음성인식이 나오면 꼭 쓸 것’이라고 응답했던 사람들의 의견처럼. 실제 자기 시간과 돈을 쓰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은 믿을 수 없다. 이 책이 소개하는 다양하고 기발한 프리토타이핑 기법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 아이디어에 자신의 시간과 돈을 사용할지 측정하는 방법이다.
세상을 뒤집어놓고 싶은 사람부터 소소하게 동네에서 사업을 벌여보고 싶은 사람들까지 다양한 독자가 읽을 만한 책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검증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당장 두세 가지의 프리토타이핑을 생각해낼 수 있을 정도로 유용하다. 부디 당신의 실패에 최대한 값싸고 빠르게 직면할 수 있기를.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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