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남상훈 2021. 1. 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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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의 시간이다.

살아갈 한 해가, 말 그대로, '올 해'가 되는 이 시간이야말로 행복의 근원이다.

모두들 운명의 희롱에 굴복하는 대신 한 해를 내다보면서 이룩할 것들을 마음먹는다.

이 책은 지난 시간을 나침반 삼아 앞날의 인생을 여행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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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하나에 인류의 전망 산산조각
어제의 시간, 내일의 밑거름으로 써야
전망의 시간이다. 누구나 지난해를 돌아보고 올해를 내다보면서 마음을 다잡는 주말을 보냈으리라. 살아갈 한 해가, 말 그대로, ‘올 해’가 되는 이 시간이야말로 행복의 근원이다. 꿈꾸는 동안 우리 마음은 얼마나 두근거리는가. 물론 계획은 대부분 허망하게 끝나기 일쑤이다. 작년 내내 우리는 바이러스 하나가 인류의 모든 전망과 예측을 산산조각내는 것을 생생히 체험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주변을 살펴보면, 올해를 되는 대로 살기로 한 사람은 드물다. 모두들 운명의 희롱에 굴복하는 대신 한 해를 내다보면서 이룩할 것들을 마음먹는다. 인간은 앞날의 상상을 행동의 지침으로 삼지 않고는 한 발도 움직일 수 없는 존재인 듯하다. 아무도 허무를 미래의 재료로 쓰지 않는다. 인간은 덧없는 허무를 재료 삼아 눈부신 희망을 기획한다. 우리의 실존은 내다본 미래를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천재와, 꿈만 꾸고 삶은 바꾸지 못하는 몽상가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한다.

“미래를 새롭게 보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를 새롭게 보아야 한다.”

‘인간의 내밀한 역사’(어크로스)에서 영국의 철학자 시어도어 젤딘은 말한다. 인간은 아무도 미래를 미리 살 수 없으나 누구나 미래를 먼저 살려고 한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미래를 미래답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우리는 어제의 시간을 내일의 거름으로 쓰려고 생각하나, 어제의 함수를 습관대로 한 번 더 반복한 후 똑같은 결과에 절망한다. “내 인생은 실패했어요.” 본문 첫 문장이다. 화자는 평생 가정부로 살아온 쉰한 살의 즬리에트. 그녀의 어머니도 가정부였고, 아이들도 비슷한 일을 한다. 그녀의 삶은 과연 달라질 수 있었을까? 인생을 바꾸는 방법이 존재할까? 놀랍게도,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한다.

대다수 역사서들이 전설 속 영웅을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 주목한다. 가정부, 간호사, 경찰관, 노동자, 예술가, 의사 등 일상 속 인물을 인터뷰하고, 삶에 대한 이들의 태도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현재의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추적한다. 불행에 구속된 즬리에트의 삶을 바꾸는 좋은 방법은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노예제가 폐지되면 대다수 노예는 행복해진다. 그러나 노예의 역사도 있지만, 노예적 태도의 역사도 있다. 자유는 노력을 기울여 획득해야 하는 기술이다. 절망을 탈출하려면 주어진 대로 체념해 살기보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새로운 장소로 이주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두려움과 함께 용기와 영감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젤딘은 역사를 객관적 사실의 나열이나 거창한 법칙의 실현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다룬다. 불행의 폭풍 속에서도 우리는 만나고 대화하고 연민하고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즐기고 존경을 추구한다. 인류는 끝없는 변화의 물결과 재난의 폭풍을 현명하게 헤쳐 가는 방법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발명해 왔다. 역사로부터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면, 좌절과 절망으로 이어지는 어제의 알고리즘, 과거의 악무한에서 현재를 구출할 수 있다. 이 책은 지난 시간을 나침반 삼아 앞날의 인생을 여행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이 별자리로 삼을 만한 거대한 지혜가 온축되어 있다. 새해 첫 책으로 참 좋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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