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원로 7人의 새해 조언] "정치·경제적 분열이 불신 사회 조장..인재 육성 집중하고 신뢰 기반 협력 시대 열자"

전준범 기자 2021. 1. 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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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제2대 황제 유선이 아버지 유비를 여읜 후에도 위(魏)에 대적할 수 있었던 건 제갈량의 연륜과 지혜가 유선을 도왔기 때문이다.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뛰어난 지략가이자 인생 선배인 제갈량이 없었다면 유선은 위나라에 덤빌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브라질 국민 작가 바스콘셀로스의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 등장하는 꼬마 제제가 어려운 가정환경과 학대 속에서도 올바른 자아(自我)를 형성해나갈 수 있었던 건 비밀 친구 뽀르뚜가 아저씨 덕분이다. 뽀르뚜가가 없었다면 누가 제제에게 사랑받고 사랑 주는 법을 알려줬을까.

당장 내일 벌어질 일조차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그래서 우리는 예기치 못한 악재가 들이닥칠 때마다 쉽게 동요한다. 동네에서 종종 일어나는 가벼운 교통사고도, 전 세계를 강타한 2008년의 글로벌 금융 위기도, 그 순간 현장에 존재하는 개인에게는 똑같은 크기의 공포다. 더욱이 우리는 신종 바이러스의 습격에 크게 당황한 2020년을 이제 막 끝낸 참이다. 새해에도 위기는 어떤 형태로든 인류를 괴롭히려고 할 것이다.

낯선 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의 하나는 앞서 비슷한 위기를 경험해본 선배의 노하우를 경청하는 것이다. 중국의 유선과 브라질의 제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선배의 경험이 여러 번일수록 좋다. 유사하면서도 각기 다른 극복 사례는 후배들에게 더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이 2021년 신축년(辛丑年)의 첫 번째 커버 스토리를 ‘원로(元老)와 대화’로 꾸민 이유다.

원로는 ‘한 가지 일에 오래 종사해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으로 정의된다. 권위적인 사고로 일관하는 몇몇이 전체 원로에 ‘꼰대’ 이미지를 씌워 세대 갈등을 부추기기도 하지만, 목소리만 큰 일부 뒤에는 지혜로운 인생 선배들이 가득하다. 독자 여러분이 장을 넘겨 만나게 될 7명의 원로가 잔잔하면서도 노련한 조언을 선사할 것이다. 원로들의 전문 분야는 통상·외교에서부터 거시경제, 금융, 산업, 과학·기술,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대한민국이 2021년에는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날아오를 수 있을까. 왼쪽부터 수출 최전방 기지인 부산신항, 한산한 서울 신촌의 거리. 사진 조선일보 DB

신년에도 이어질 2020년의 위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를 논외로 치더라도, 우리는 원로들의 목소리에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2020년은 힘들었던 해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엎친 데 덮친 격일 뿐이다.

예컨대 지난해 여름 무려 54일 동안 쏟아진 빗줄기에 8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역대 최장 기록을 쓴 2020년 장마는 1조원 이상의 경제적 피해를 야기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정책 남발에도 집값 폭등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 거품은 호텔 거지(정부가 공급하는 호텔 전세방에 사는 무주택자),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를 산다) 등의 씁쓸한 신조어를 양산했다.

외국 분위기도 녹록지 않았다. 미국은 무역분쟁을 계기로 본격화한 중국과 힘 겨루기가 한창인 와중에 대통령을 교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많은 부분에서 다르지만 중국을 견제하고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려는 의지만큼은 닮았다. G2 갈등은 한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도 2020년의 한국을 긴장시킨 이슈다.

2020년 대부분의 이벤트는 2021년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강수량의 차이는 있겠으나 올해도 장마는 찾아올 것이고, 부동산 시장 흐름은 중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중 패권 다툼도 브렉시트도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2년 차로 접어든 코로나19 사태는 인류에게 더 큰 인내와 고통을 강요할지 모른다.

원로들의 걱정과 조언

이번에 ‘이코노미조선’이 만난 원로들은 이를 고려한 듯 진심 어린 걱정과 조언을 쏟아냈다. 통상산업부 차관과 제38대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1980년 제2차 석유파동 후 40년 만에 가장 위험한 경제 위기를 동반하고 있다. 10여 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0년보다 2021년의 상황이 좋아지겠지만 기저효과가 크다.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은 현 정부의 반(反)기업적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며 “모든 정책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지만, 합리적 수준에서 시장경제의 근간을 유지하고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내 대표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이인실 전 통계청장은 “한국 경제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보다는 과도한 재정 지출 위주로 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 밖에 연구자와 교육자, 행정가를 두루 거친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부처 장관과 대기업 대표이사를 역임한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 등도 각자 몸담은 분야에서 깨달은 바와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정부의 탈(脫)원전 집착을 지적한 조환익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고언도 읽어볼 만하다. 모든 원로가 한국의 미래를 진지하게 응원했다.

인류 역사가 지속하는 한 위기는 계속 찾아올 것이고 동시에 이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현세의 위기 극복 경험은 후세의 든든한 보험이다. 지금 우리가 원로의 경험담에서 길을 찾듯이 말이다. 생각해보면 코로나19 백신이 1년 만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225년 전 에드워드 제너(천연두 백신 개발)로부터 시작된 원로들의 열정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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