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신분으로 나란히 프로 입성한 차민석·조석호 "새해엔 꼭 프로 무대에 선다"

고양 | 황민국 기자 2021. 1. 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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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남자프로농구 드래프트에서 고교생으로 당당히 뽑힌 삼성 차민석(왼쪽)과 오리온 조석호가 지난달 30일 고양체육관에서 동반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며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고양 | 박민규 선임기자

“벤치에 앉는 것도 쉽지 않지?”

프로농구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은 새내기 차민석(20)은 옆자리의 드래프트 동기 조석호(19·오리온)를 바라보며 물었다. 두 선수는 불과 한 달여 전 2020~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교생 신분으로 나란히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차민석은 고교생으로 사상 첫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았고, 조석호도 2라운드 4순위로 당당히 지명됐다. 대학 무대를 평정한 형들을 뛰어넘은 재능과 잠재력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바로 만난 프로 벽은 너무 높다.

차민석과 조석호는 지난달 30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기자와 만나 “아마추어와 프로는 확실히 다르다. 단순히 농구 수준차를 넘어 시스템에서도 큰 차이를 느낀다”면서 “그래도 새해에는 프로 무대에서 데뷔전을 치르고 싶다는 꿈은 크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우선 주목한 것은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프로에선 근력이 바로 경쟁력이다. 외국인 선수들과 몸싸움이 잦을 수밖에 없는 포워드 차민석은 “프로의 웨이트 트레이닝은 또 다른 차원”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또 “여기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날 보고) 상체는 ‘아기’인데 하체 근육은 타고났으니 다행이라고 말씀해주실 정도”라며 눈앞에 놓인 숙제를 유쾌하게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선수들을 상대하는 가드 조석호도 웨이트 트레이닝은 필수다. 키 1m78로 남자부에서는 단신인 조석호는 “연습 경기에서 부딪치니 몸이 날아가더라”면서 “(강을준) 감독님이 체중부터 늘리라고 지시하셨다. 원래 76㎏인데 81㎏까지 찌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 차민석

2군 D리그에서만 평균 20득점
서두르지 않고 ‘식스맨’ 목표로

두 선수는 갈 길이 멀다. 차민석은 2군 리그인 D리그 3경기에서 평균 29분6초를 뛰면서 득점 20점과 리바운드 6.7개를 기록했지만, 아직 1군 선수단을 따라다니는 13번째 선수에 불과하다. 1군에서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벤치에 앉는 출전 엔트리 12명에 들어가지 못한다. 더욱이 차민석은 최근 D리그에서 발목을 다치면서 코트 밖으로 물어나 있다. 차민석은 “벤치에 앉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 계기”라면서 “제 포지션인 포워드에 (김)동욱 형(40)과 (장)민국 형(32) 같은 경쟁자만 6명”이라고 말했다. 전체 1순위라면 노릴 만한 국가대표 꿈도 먼 미래의 일로 미뤄뒀다. 차민석은 “예전엔 국가대표 아니면 주전을 목표로 뛰었다면 이젠 ‘식스맨’이 현실적인 꿈”이라고 말했다.

■고양 오리온 조석호

체중도 기량도 늘려 프로에 적응
4년 빨리 온 선택, 후회 않을 것

조석호는 D리그에서라도 뛰는 차민석이 부럽기만 하다. 오리온이 이번 시즌 D리그를 운영하지 않다보니 조석호는 연습 경기에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게 전부다. 조석호는 “D리그라도 뛰는 (차)민석이가 부럽다. 오리온은 가드만 10명이고, 군입대 선수인 (김)진 유형(27)까지 따진다면 제가 11번째 가드”라고 말했다.

교복 대신 유니폼을 입고 구슬땀을 흘리는 차민석과 조석호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은, 대학리그를 경험한 드래프트 동기들의 데뷔 소식이다. 1라운드 2순위 박지원(23·KT)이 가장 빨리 프로 무대의 테이프를 끊었다면 2라운드 1순위 오재현(21·SK)은 주전급 활약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는 서로를 칭찬하면서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달랜다.

차민석은 “대학 진학을 고민하다가 바로 프로에 뛰어든 것은 대학 형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석호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작은 키로 훨훨 날았던 선수니 프로 무대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석호도 “우리는 4년 더 빨리 프로로 온 것이다. 지금은 조금 힘들지만 이 선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송교창(25·KCC)과 양홍석(23·KT), 서명진(21·현대모비스) 등 대학 졸업장 없이 프로에 데뷔해 성공한 형님들이 두 사람에게는 등대다. 송교창과 서명진은 고교생 드래프티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불리고, 양홍석도 중앙대 1학년을 마치고 프로에 데뷔해 주축 선수로 커나갔다.

조석호는 “고등학교 선배인 (서)명진형이 프로 1년 만에 실력이 늘었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나도 그런 실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차민석도 “고교생으로 프로에 직행한 송교창 선배가 롤 모델이지만, 플레이 스타일에선 (양)홍석 형을 보면서 배운다. 선배들을 따라가다보면 자리를 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새해 형님들처럼 사고를 치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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