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포근이'는 잊어줘" 독기 품은 정은원

하경헌 기자 2021. 1. 4. 21: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한화 내야수 정은원
지난해 3년 경력 중 최악의 성적
‘냉정하지 못한 성격 때문’ 진단
3할·10홈런·두 자릿수 도루 목표

한화 내야수 정은원(21)의 별명은 ‘포근이’다. 수비 때 자신 앞으로 공이 굴러오면 포근하게 잡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한 뒤 붙여진 애칭이다. 한때 함께했던 선배 2루수 정근우의 뒤를 이어달라는 팬들의 염원에 ‘포스트 정근우’라는 의미도 실렸다. 정은원이 ‘포근이’와 결별을 선언할 태세다. 웃음기 가득한 입은 굳게 다물었고, 눈으로는 독기를 품었다.

비시즌 정은원은 모교인 인천고를 자주 찾고 있다. 모교에서 대학생이 된 동문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정은원에게 지난해는 아쉬움 가득한 한 해였다. 79경기를 뛰며 타율 0.248에 3홈런, 29타점. 3년 경력 중 최악의 성적표였다. 구단의 지원으로 일찌감치 2루 자원으로 성장의 기틀을 놨지만 스스로 그 결실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8월14일 대전 삼성전에서는 상대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의 공에 왼쪽 손목을 맞아 뼛조각이 떨어지는 부상을 안았다. 이후 팀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의 여파까지 이어지며 결국 재활군에서 시즌을 마쳤다.

정은원은 “전체적으로 보면 실패했다. 그러나 배우고 느낀 게 많았다”며 “주변에서 늘 듣던 말인데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절감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

평소 원만하다고 스스로 느껴왔던 성격은 위기 앞에서는 오히려 방해 요인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쳤으니 쉬라고 다친 거구나’ 하고 스스로 타협했다. 자신의 실패에 대해 냉정하게 따지지 못하고 적당히 넘어가곤 했다. 이렇게 지난 시즌을 돌아본 정은원은 자신에게 ‘독기’가 없음을 실감했다.

정은원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좋긴 하지만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주변에서 데뷔 때만큼의 독기가 없어졌다고 하시더라. 물론 경기장 위에서의 독기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이제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정은원도 이제 4년차에 접어든다. 젊은 선수들을 등용한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를 지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세대교체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참이다. ‘제로’에서 시작하는 만큼 이전 사령탑들에게서 받았던 신뢰 역시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정은원은 “지난해까지는 든든한 선배님들이 옆에 계셨다. 아직은 와 닿지 않지만 훈련을 시작하면 그 자리를 많이 느낄 것 같다”며 “노태형, 박정현, 이도윤 등 비슷한 자리의 다른 선수들 활약도 재활군에 있을 때 많이 봤다. 2루가 마냥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모르게 게으르고 나태해진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은원은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 두산에서 건너온 조성환 수비코치 등 새 지도자들의 가르침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정은원은 “새해 3할 타율, 10홈런, 두 자릿수 도루 등을 노리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상 없이 풀시즌을 소화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포근이’ 정은원은 새해 ‘정독기’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