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과 '다목적 야구' [이용균의 베이스볼 라운지]

이용균 기자 2021. 1. 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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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하성이 뛰게 될 샌디에이고는 내야수가 꽉 찼다. 10년, 3억달러 사나이 매니 마차도가 3루를 지키고,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연장 계약을 추진 중이다. 마차도와 타티스 주니어는 2020시즌 MVP 투표 3위, 4위에 올랐다.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는 이번 시즌 신인왕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다. 누구 하나 뺄 선수가 없다. 샌디에이고는 그런데도 김하성에게 4년 2800만달러 계약을 안겼다. 연봉 700만달러는 2021시즌 계약된 메이저리그 유격수 중 전체 12위에 해당한다. 당장 김하성을 어느 포지션에 쓸 수 있을지 마땅치 않다. 연봉 700만달러짜리 선수를 벤치에 앉혀 두는 건 비효율적이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은 “딱 맞는 자리가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어디에 쓸지가 아니라 다양한 재능을 갖춘 선수들을 많이 모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격과 수비에서 재능을 가진 김하성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팀 전력을 강화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이미 적어도 한 구단은 이 방식으로 성공했다. 프렐러 단장이 목표로 삼은 야구는 LA 다저스의 야구다.

다저스는 최근 수년간 ‘다목적, 다양성’을 무기로 강팀의 자리를 지켰다. 2020시즌에는 32년 동안 숙원이었던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해냈다. 여러 선수들에게 여러 포지션을 맡김으로써 라인업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여 승리 확률을 키우는 전략이다.

162경기를 치른 2019시즌 다저스의 ‘다목적 야구’는 더 큰 힘을 냈다. 키케 에르난데스는 2루수로 85경기에 나왔고, 외야수로 28경기에 나섰다.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를 가리지 않고 모두 선발 출전했다. 유격수와 1루수, 3루수로도 선발 출전해 포수와 투수 빼고는 전 포지션을 소화했다. 에르난데스의 특별한 수비 능력 때문이라기보다는 다저스가 추구하는 야구의 방향 때문이었다.

코디 벨린저는 1루수와 우익수, 중견수로 나왔고 포수 오스틴 반스도 2루수로 선발 출전한 적이 있다. 맥스 먼시는 1루수, 2루수, 3루수로 출전했고 크리스 테일러도 2루수와 유격수, 중견수, 좌익수로 돌아가며 나왔다.

라인업의 다양성은 상대 전력에 딱 맞는 ‘맞춤형 라인업’을 구성해 승리 확률을 높인다. 파이브서티에잇닷컴은 다저스의 ‘다목적 야구’에 대해 “홈런, 삼진, 볼넷이 늘어나면서 인플레이 타구 숫자가 줄었다. 데이터 분석에 따라 강한 시프트를 쓰기 때문에 포지션 고유의 수비 능력보다 공을 따라가 잡고 던지는 운동 능력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재능이 있는 선수라면 다채로운 수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저스뿐만 아니라 2020시즌 가을야구에 오른 많은 팀들이 ‘다목적 야구’를 썼다.

월드시리즈에 오른 탬파베이도 대표적인 ‘다목적 야구’ 팀이다. 내야수 조이 웬들은 3루수와 2루수로 각각 18경기, 유격수로 9경기 선발 출전했다. 다목적 선수들을 활용해 라인업의 다양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최적의 전력을 구성하는 것이 2020년대의 야구 흐름이다.

샌디에이고는 ‘유격수 김하성’과 계약한 게 아니라 ‘야구 선수 김하성’과 계약했다. 2루수 크로넨워스는 이미 데뷔 첫해 1루수와 3루수로도 경기에 나섰다. 김하성이 외야에 서는 것도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금 야구는, 아니 야구도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를 필요로 하는 시대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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