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에겐 '덕질 필수템', 기획사에는 '수익 모델'.."팬덤 플랫폼서 모여라"

노정연 기자 2021. 1. 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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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바람을 타고 전 세계 K팝팬들이 플랫폼으로 결집하며 정보기술·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팬덤 플랫폼’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팬덤 플랫폼 ‘빅3’로 꼽히는 네이버 ‘브이라이브’, 빅히트 ‘위버스’, 엔씨소프트 ‘유니버스’(위부터). 각사 제공
코로나 시대, K팝 팬과 아티스트 잇는 비대면 소통창구로 각광
7년차 된 네이버 ‘브이라이브앱’ 1억 다운로드 넘어서
빅히트 ‘위버스’ BTS 인기 타고 1700만 사용자 확보
기술력의 엔씨 ‘유니버스’ 글로벌 팬덤 놀이터 꿈꿔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바람을 타고 글로벌 ‘K팝’ 팬들이 플랫폼으로 모이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팬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팬덤 플랫폼은 전 세계 팬들의 놀이터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연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특수’를 누리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다.

시장의 ‘맏형’ 격인 네이버의 ‘브이라이브’와 방탄소년단으로 몸집을 키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위버스’, 게임업계 강자인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억 다운로드 넘은 7년차 ‘브이라이브’

2015년 출시한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는 플랫폼 안에 스타들의 독점 채널과 소통 창구를 마련한 ‘팬덤 플랫폼’의 원조다. 이전까지 오프라인 팬미팅이나 팬카페에서 이루어지던 스타와의 만남을 앱으로 옮겨오며 아이돌그룹 팬들의 ‘덕질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앱만 켜면 ‘먹방’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 등 스타의 소소한 일상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팬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7년차에 접어든 브이라이브는 단단한 글로벌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해외 이용자 비율이 85%다. 미국, 인도네시아, 일본 순으로 사용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사용성과 수익이 동반 상승하는 ‘특수’도 누렸다. 브이라이브 앱 다운로드 수가 1억건을 돌파했고, 지난해 5월 기준 유료 거래액은 코로나 이전인 1월 대비 11.7배 늘었다.

국내 대형 기획사들과 손잡은 공격적인 확장 행보도 눈에 띈다.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SM엔터테인먼트에도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엔터테인먼트사는 콘텐츠를, 네이버는 스트리밍 등 기술을 제공하고 수익을 나눠 갖는 구조다. 네이버는 브이라이브 강화와 함께 자회사 스노우가 운영하는 증강현실(AR) 기반 가상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를 육성하며 팬덤 플랫폼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김정미 네이버 책임리더는 “스타와 팬을 디지털 공간에서 연결하고, 생생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 고도화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아미’가 떠받치는 ‘위버스’

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2019년 6월 선보인 ‘위버스’는 전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를 결집시키며 업계 강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연말까지 1700만 사용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12월20일 기준 위버스 내 커뮤니티 누적 가입자는 1920만명(중복 가입 포함)에 이른다.

수익도 급성장했다. 위버스의 매출은 2019년 311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1127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빅히트 전체 매출의 38.3%다. 지난해 10월 위버스로 송출된 비대면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은 전 세계에서 99만3000명이 관람했다. 티켓 판매가만 5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코로나19로 대규모 글로벌 투어가 취소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위버스가 구축한 견고한 ‘팬덤 생태계’ 덕택이었다. 빅히트는 위버스를 통해 온라인 공연과 아티스트별 멤버십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동시에, 공연 티켓과 굿즈 등을 판매하는 ‘위버스샵’을 운영하며 판매 창구를 일원화했다. 팬들은 위버스 앱 하나로 공연 관람과 팬 커뮤니티 활동, 티켓과 MD(상품) 구매까지 한곳에서 할 수 있게 됐다. 위버스는 빅히트의 주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별화된 기술로 도전장 ‘유니버스’

엔씨소프트도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조만간 출시한다. 강다니엘, 몬스타엑스, 아이즈원 등 11개 팀이 유니버스 합류를 발표했고 지난달 기준 사전 예약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히트 게임으로 구축한 전 세계적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유니버스의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모션캡처, 캐릭터 스캔 등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스타의 AI 음성을 팬들과의 소통에 활용하고, 팬들은 스타의 아바타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직접 제작할 수도 있다. 게임세계와 같은 대규모 팬덤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큰 그림이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기준 팬덤 경제의 시장 규모가 7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의 역설’로 팬덤 플랫폼이 고도로 성장하고 유료 콘텐츠가 확대되면서 수익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발 능력을 갖춘 IT 기업들의 추가 시장 진출도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K팝 열풍과 비대면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스타의 지식재산을 활용한 2차, 3차 콘텐츠 제작이 더 활기를 띨 것”이라며 “팬들이 원하는 실감 콘텐츠를 구현하는 기술력이 팬덤 플랫폼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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