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거래세 모두를 강화한 정부의 선택, 효과 거둘까 [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2021. 1. 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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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의 화두를 꼽는데 주택가격 안정이 역시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과제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저금리 유동성 확대 등의 대내외적 환경과 맞물려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정부도 국민도 초조함이 커져가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정부가 강수를 던진 고가 및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강화된 세법이 시행되므로 정부정책의 효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들에 대한 종부세 등 보유세를 2배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 데다 매각 시 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도 이전보다 더 강화해 6월 이전 매각을 유도했다.

1주택자 기준 9억원(2주택자는 6억원) 이상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는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소유자의 경우 인상폭이 최대 3배까지 늘어난다. 2주택 이하는 구간별로 0.1~0.3%포인트 오르지만 3주택 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0.6~2.8%포인트 인상된다. 일례로 조정대상지역 2주택 및 3주택 이상의 경우 과표 12억~50억원(시가 23억3000만~69억원)은 2020년 1.8%에서 2021년 3.6%로 종부세율이 두 배 인상된다. 또한 재산세 과세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 적용 비율도 2020년 90%에서 2021년 95%로 인상되고 세부담 상한도 300%로 오르게 되므로 강남 등 서울에서 고가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경우라면 지난해보다 올해 내야 하는 보유세 부담이 최소한 2~3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6월부터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도 더 오른다.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의 경우 60%(기존 50%), 3주택자 70%(기존 60%)로 각각 10%포인트씩 인상되고 1년 미만 단기 보유한 주택을 팔면 양도세 70%(기존 40%), 1~2년 60%(기존 기본세율)가 적용돼 단기 양도차익을 노린 거래에 부담을 높였다.

결국 정부는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매각 시그널을 강하게 주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매도보다는 증여로 응수하고 있다. 양도소득세가 과도하게 오르면 오히려 증여세 부담이 적어지거나 양도세와 증여세가 비슷할 경우 매각하기보다 자녀 등에게 증여해 부를 이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1~11월) 한국 부동산원의 아파트 증여 거래를 분석한 결과 전국 8만1968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1~11월) 증여 거래량인 5만8117건보다 41%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보다 양도소득세와 보유세 부담이 모두 늘어나는 올해 6월1일 이전 다주택자들의 매도 주택이 얼마나 나올까.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의 대가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그의 저서 <넛지>에서 사람들은 똑같은 대상을 놓고 그것을 잃었을 때 느끼는 처참함이 그것을 얻었을 때 느끼는 행복의 두 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세일러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1억원에 주택을 매입한 사람이 2억원에 매도할 때 2주택자이므로 세금을 6000만원 내야 한다고 하면 세후 차익 4000만원을 이득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일반세율보다 두 배 많은 양도세를 어쩌면 4배의 손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주식보다 거래비용이 월등히 높은 부동산이 하락기에도 하방경직성이 높은 이유도 결국 거래 비용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보유세 현실화를 통해 부의 재분배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면 거래세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달리 보유세와 거래세 모두를 강화한 정부의 선택이 앞으로 5개월간 시험대에 올랐다. 그래도 새해에는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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