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예술은 계속된다
성찰·치유·희망 담은 전시회들
[경향신문]
삼성미술관 리움, 3월 재개관
박찬욱 감독, 10월 첫 사진전
작년 연기된 비엔날레들 개막
비대면 온라인 전시 확대·진화
코로나 사태 돌아본 기획전도
인류 역사에서 보듯 어떤 상황에서도 예술 작업은 계속된다. 올해도 다채로운 미술 전시회가 마련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전시장 문을 닫는 등 유례없이 힘든 시간을 보낸 미술계이지만 새해 새 전시일정을 속속 확정하고 있다. 특유의 예민한 감각으로 작가와 기획자들은 치열하게 시대와 삶을 작품·전시로 담아낸다. 관람객은 이를 통해 자신과 사회를 성찰하고 고통을 치유하며, 새로운 희망을 품어낸다.
주목할 만한 미술전들은 많다. 우선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과 관련해 인류와 사회, 개인 삶과 정서의 변화, 예술의 역할 등을 진단·성찰하고 예술적 위로를 전하는 기획전들이 준비되고 있다. 국내외 유명·신진 작가들의 개인전도 이어진다. 지난해에 연기된 비엔날레들도 개막할 예정이고, 장르·매체를 넘나들며 융복합적 특성의 다원예술 전시도 확장하는 추세다. 미술관·갤러리들의 비대면 온라인 전시도 형식·내용 등에서 다양하게 확대·진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미술관 리움이 오는 3월 재개관을 예정하고 있다. 2017년 홍라희 관장·홍라영 총괄부관장이 사퇴한 이후 4년째 ‘개점 휴업’ 중인 리움은 이서현 리움운영위원장(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새로운 체제 아래 재개관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미술계 주목을 받는다.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3월쯤 재개관을 계획하고 있다”며 “아직 올해 선보일 전시 등 구체적인 사항은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미술계가 큰 공을 들이고 있는 이우환 화백의 국내 개인전 성사 여부도 관심이며, 영화감독 박찬욱은 국제갤러리 전속 작가(사진 부문)로서 첫 사진전을 연다.
대규모 국제미술제인 비엔날레로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2월26일 개막 예정이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이란 주제로 5월9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중심으로 마련된다. 40여개국 작가 69명(팀)이 참여하며, 한국·티베트 등의 샤머니즘을 상징하는 유물부터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 영상·설치와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 작품이 선보인다.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서울시립미술관)는 ‘하루하루 탈출한다’는 주제로 9월8일, 대구사진비엔날레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도 9월 막을 올린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성찰과 위로·치유를 내세우는 기획전들도 눈길을 잡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코로나19 재난과 치유’(가제), 불안이란 감정이 도시 속 개인과 사회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아트선재센터의 ‘겹쳐진 표면의 틈’(가제) 등이 대표적이다. 학고재갤러리의 소장품 기획전 ‘38℃’를 비롯해 여러 전시장에서 코로나19 사태의 다양한 파장을 사유하는 작품전이 예정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선 또 미술과 문학의 관계를 이상·구본웅·김환기·이중섭 등 근현대 미술·문학작품을 통해 조명하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국립중앙박물관과의 협업으로 전통·현대 미술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현대’(가제),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드론·자율주행·라이다 센서 등 첨단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보여주는 ‘융복합 프로젝트’(가제) 등이 있다.
국내외 작가들의 개인전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박수근·모더니즘 회화 대표작가 정상화전을, 서울시립미술관은 국제적 현대미술가인 이불의 대규모 작품전을 마련한다. 아트선재센터에선 대만 미술계의 거장이자 사회참여적 예술가인 천제런의 첫 국내 개인전과 이수경·제인 진 카이젠의 작품전이 열린다. 현대화랑은 장욱진 30주기 기념전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을, 갤러리현대는 실험미술의 거장들인 이강소·이건용과 이강승·김민정 등의 개인전을 예정하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파격적·논쟁적 작품으로 현대사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국내 첫 회고전을 시작으로 다니엘 보이드·안규철·박진아·박서보·줄리안 오피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영화감독 박찬욱의 사진전은 10월 부산점에서 예정됐다. 학고재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인 윤석남을 비롯해 최수앙과 김현식, 톰 안홀트·조성희 등의 개인전을 마련한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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