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 넘어 뭐 하러 노조 가입하나, 우리 대표님이 굉장히 화났어요
[경향신문]
지난해 노조 가입한 12명
직장 잃거나 해고 위기 몰려
‘임금 삭감’ 서명 안 한 9명
새해 첫날 출근 일방 차단
민주노총 “하청업체 퇴출을”
“뭐 하겠다고 육십한 살, 육십 몇 살 잡숴서 노동조합 가입을 해요? 그래서 우리 대표가 굉장히 화난 거예요.”
지난달 10일 전북 전주시 재활용 선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A씨가 사업장 운영업체 B본부장에게서 들은 말이다. 이 사업장에서는 지난 3개월간 12명의 노동자가 직장을 잃었거나 해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들 모두 지난해 4월 설립된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이다. 이 사업장은 전주시가 태영건설에 위탁했고, 하청을 받은 HNC가 운영 중인 공공사업장이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조는 4일 전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를 탄압하고 노동기본권을 무시한 재활용 선별장 하청업체 HNC는 즉각 퇴출시켜야 한다”면서 “부당노동행위, 보조금 횡령·배임 등 각종 비리의 숙주인 민간위탁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HNC가 지난해 3명의 노동자를 퇴사시켰다고 밝혔다. 1명은 계약이 만료됐다는 게 이유였고, 2명은 ‘고위험 사업장의 경우 58세 이상은 채용을 제한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노조 탄압에 다름 아니다”라고 맞섰다.
직장을 잃은 C씨는 “현장에 60세를 훨씬 넘은 사람이 수두룩하다. 다른 게 있다면 노조에 가입 안 한 사람만 붙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노조에 가입해 직장 선동을 했다면 징계위원회 개최 등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일방적인 해고였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새해 첫날 노동자 9명의 출근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회사가 제시한 임금 인하를 골자로 한 새로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이날 출근하려 했지만 재활용 선별장 입구에 설치된 지문등록인식기에서 해당 노동자들의 지문을 삭제해 들어갈 수 없었다.
노조는 “9명의 노동자들은 해당 현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여성 노동자들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등에 의해 신분과 계약을 보호받고 있음에도 사전에 아무런 고지도 받지 못한 채 해고 위기에 놓였다”면서 “집단적이고 계획적인 해고를 하고 있는 하청업체에 대해 전주시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밝혔다.
HNC 관계자는 “같은 노조원인데도 2명은 계약서를 썼는데 9명은 안 썼다. 지금이라도 계약서를 쓰면 일할 수 있으므로 해고는 말이 안 된다”며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을 시키면 근로기준법 위반이고 산재 처리도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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