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짜리 사려면 대기하세요"..와인, 비쌀 수록 잘 팔린다

신미진 2021. 1. 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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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샤또' 5세트 완판..150만원짜리도 대기 구매
성인 87% "코로나로 홈술" 와인 수입 사상 최대

# 직장인 강 모(29)씨는 연말에 백화점에서 30만원대 와인을 구매했다. 평소 대형마트에서 한 병씩 고르던 1만원대 와인과 비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그만큼 만족감도 높았다. 강 씨는 "일년에 한 번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부담스럽지 않다"고 4일 말했다.

와인의 인기가 날이갈수록 치솟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100만원대 와인을 구매하기 위해 예약을 걸어둘 정도다. 와인의 가격이 대중화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홈술족'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란게 업계의 평가다.

◆ 5만원 이상 와인매출 10배 이상↑

4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와인(2ℓ 이하 용기에 넣은 와인 기준) 수입량은 3만8969t으로 전년(3만3797t)대비 15.3%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1년 2만여t에 불과했던 와인 수입량은 10년 새 2배로 커져 4만t을 넘보고 있다. 수입 와인의 산지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레드와인 기준 칠레,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순으로 많았다. 편의점에서는 비쌀수록 와인이 더 잘 팔렸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만원 이상 와인 매출은 전년 동월대비 1182%나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5만원 이하 와인(125%)의 매출신장률을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소비자 수요에 맞춰 고가 와인 상품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GS25에서 가격대가 가장 높았던 와인은 지난해 추석 때 판매한 '5대 샤토 와인 세트(5병입)'로 개당 600만원에도 불구하고 준비한 5세트가 완판됐다. 이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도 특 1등급으로 분류되는 상품으로, 샤또 마고는 '와인의 여왕'이라고도 불린다. 연말 CU에서는 보르도 지방에서 생산된 그랑크뤼 특1급 와인 '샤토 라루뜨(150만원)' 20병이 모두 동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주류 전문점이 아닌 편의점에서 수백만원대 고가 와인이 완판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1~3만원대 저가 상품이 등장한 것도 와인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마트가 2019년 선보인 와인 '도스코파스(750㎖)'는 출시 1년 만에 200만병이 팔렸다.

5대 샤토 와인 세트. [사진 제공 = GS리테일]
◆ 와인 인기에 수입맥주는 쓴맛

와인의 인기는 홈술족이 이끌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국 19~59세 성인 남녀 300명 중 주류 음용 장소로 '집에서'를 선택한 비중은 46.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87.3%로 크게 늘었다. 홈술족이 주로 찾는 편의점에서는 지난해 10월 와인 매출이 페트 맥주를 제쳤다. 대학생 윤 모씨(27)씨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실 땐 소주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을 찾는다"고 말했다.

반면 수입맥주는 설 자리를 잃었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가 지속되는 데다 수제맥주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1월 맥주 수입량은 25만6362t으로 전년 동기간(32만8656t)대비 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CU에서 수제맥주 매출은 500%대로 증가했다. 지난해 맥주 종량세가 도입되면서 수제맥주도 '1만원 4캔' 행사가 가능해졌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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