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서양호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일 걸어서 출근하려 한다. 지역 특성상 이른 새벽에만 만날 수 있는 상인들과 주민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걷다 보면 느린 속도여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걷는 속도와 비슷한 ‘공간의 속도’를 가진 거리를 걷고 싶어한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사람이 만든 도시가 다시 사람의 삶을 규정하고, 사람과 도시는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유기체적 관계라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와 공간의 완성은 그 속의 사람임에도 도시와 건축물이 가진 물질적 가치가 사람보다 우선시되는 역설의 관계가 현실이다. 이 책은 도시와 사람의 관계를 복원하고 더 행복한 도시의 삶을 위해 도시의 언어를 읽고 공간과 대화하는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닮는다”고 한다. 중구는 대한민국 서울의 중심이라는 위치답게 공간 배치가 정부와 서울시, 산업 지원을 염두에 둔 행정지원 중심으로 되어 있다. 정작 중구에 사는 구민들은 불편하다. 구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행정(공급자)이 아니라 생활자(이용자) 중심의 공간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상 가까이에서 공간 복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도심에 흩어져 있는 복지·문화·도서관 등 생활편의시설을 걸어서 10분 거리로 옮겨 배치할 계획이다. 또한 구민의 70%가 살고 있는 주거지역에 행정복합청사를 조성하고, 을지로 청사부지에는 산업·문화 복합기능의 ‘서울메이커스파크’를 조성해 도심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주 갈 수 있는 생활편의시설 조성은 공간 재배치를 통해 도시 주거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주거 복지이면서 공간 복지다. 사람과 생활 중심의 공간 복지는 공공의 책임이다.
서양호 | 서울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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