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부구치소는 어쩌다 '코로나 감옥'이 됐나

이혜인·박은하·박채영 기자 2021. 1.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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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구치소는 어쩌다 '코로나 감옥'이 됐나

[경향신문]

지난해 11월27일 첫 확진자 발생
3주 지나서야 ‘수감자 전수조사’
그동안 공동 식사·목욕 등은 계속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후 40여일 만에 전체 확진자가 1000명을 넘겼다.

국내 집단감염 사례 중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사랑제일교회 관련 다음으로 큰 감염 규모다.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신천지와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의 경우 정부가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었다. 이와 달리 동부구치소 집단감염은 정부의 총체적 방역 실패로 인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법무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까지 동부구치소와 관련해 발생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084명(수용자 가족 20명 포함)에 달했다. 전날만 121명이 신규 확진됐다. 1차 전수검사 당시 동부구치소 전체 수용자(2419명) 10명 중 4명꼴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전국 교정시설 누적 확진자 수는 이날 1116명까지 늘었다.

법무부는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동부구치소에선 지난해 11월27일 직원 1명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역학조사관을 파견해 전수검사를 하고 확진자, 밀접접촉자, 비확진자를 다른 공간으로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교정당국은 최초 확진자와 접촉한 292명에 대해서만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첫 전수검사는 이로부터 3주 후인 12월18일에야 실시됐다.

그 3주 사이 코로나19는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전수검사에서 추가 확진자가 187명이나 나왔다. 이 기간 교정시설 내 적게는 2~3명, 많게는 10명 가까이 함께 식사나 목욕을 하는 공동생활이 계속됐다. 보건마스크는 외출하는 경우 등에만 제한적으로 지급됐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해 이미 교정시설 내 직원이나 수감자 감염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법무부가 모든 교정시설에 마스크 의무 착용, 발열 감시, 수용자 호흡기 증상 감시 등 지침을 내려 예방하고 검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마스크는 외출하는 경우만 지급
유증상자 수백명 몰아 강당 대기
“집단감염 우려에도 별 조치 없어”

이후 대응도 문제였다. 교정당국은 확진자를 한방에 몰아넣고, 비확진자만 추려서 한방에 모으는 식으로 격리에 나섰다. 유증상자 수백명을 강당에 몰아넣고 몇 시간 동안 대기시키기도 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구치소 밖에서는 음성이더라도 밀접접촉한 사람들은 다 자가격리를 1~2주씩 하면서 지켜보는데, 교정시설만 다른 방식의 방역을 한 것은 황당한 대처”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동부구치소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미감염 수용자를 다른 교정시설로 분산시키고 있다. 중수본은 동부구치소를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해 무증상·경증 확진자들을 남겨두고 의료진을 파견했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경우에는 구치소 내 1인1실을 배정해 전파를 차단하겠다고 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동부구치소 내에 있던 사람들은 다 밀접접촉자로 보고 생활치료센터로 보내 1인1실로 격리를 해야지 다른 구치소로 이송시키는 것은 전파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사후 대처도 무책임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일에야 처음으로 사과했다. 1차 전수조사 결과 대규모 집단감염이 확인된 지 15일 만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날 교정시설의 방역 매뉴얼이 있는지 등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법무부에 발송했다.

이혜인·박은하·박채영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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