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자 죽음에 회사 책임 869만원, 중대재해법 필요한 이유
[경향신문]
위험작업의 외주화를 금지해 산업재해를 줄이자며 일명 김용균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을 시행한 것이 지난해 1월16일이었다. 그 후 1년이 흘렀다. 하지만 이 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제2의 김용균’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산재사고 사망자는 660명, 전년 같은 기간과 비슷하다. 작업 현장에서 죽음의 사슬은 끊어지지 않았다.
경향신문이 사망자가 발생한 산안법 위반 사건 중 지난해 대법원 열람시스템에 게시된 1심 판결문 178건을 전수조사했다. 노동자 한 사람의 죽음에 사측이 지불한 책임 비용이 869만원이었다. 지난해 법원이 185명의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해 부과한 벌금의 총액은 16억800만원이었고, 개인과 법인이 낸 벌금총액을 사망자 숫자로 나눈 결과 869만원이 나온 것이다. 김용균법 통과 당시 경영계에서는 사업주가 산재에 대해 과도한 책임을 진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산안법 위반 판결의 분석 결과는 이 주장이 허구임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사람의 목숨은 어떤 재화와 비교할 수 없고, 돈으로도 결코 따질 수 없다. 그럼에도 안전시설에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간다는 이유로 안전은 기업에서 늘 경제성과 효율성 논리에 밀리고 있다. 처벌도 약했다. 지난해 사망 노동자의 고용주·상사 154명이 징역·금고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149명이 재판 직후 풀려났고 5명만 구속됐다. 이 정도의 처벌로 산재를 막기에는 역부족임을 통계가 웅변하고 있다.
산안법 위반 판결에 대한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것은 분명하다. 산안법 개정만으로는 산재 사망자의 수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그것도 온전한 법의 제정만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산재는 현장 관리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안전관리의 주체인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안에는 그 제안 이유가 명확히 제시돼 있다. 중대재해 발생 후 부담해야 할 비용이 안전을 위한 투자 비용을 압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노동자의 죽음에 사측이 지불한 책임 비용이 불과 869만원이라는 것만 보더라도 산안법의 한계를 알 수 있다. 온전한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누구나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됐어야 한다. 해를 넘겼다. 오는 8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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