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연장 첫 날.."한계점 왔다" 자영업자 긴 한숨

안형철 2021. 1. 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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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버틸 대로 버텨..한 달이 마지노선"
학원 경영 어려워지며 투잡 뛰는 원장들 잇따라
학원 기대어 장사하던 주변 가게들도 타격
[안양=뉴시스] 안형철 기자 = 4일 오후 경기 안양시 평촌 로데오거리에 인적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 2021.1.4. goahc@newsis.com

[안양=뉴시스]안형철 기자 = "2주 연장으로 끝날지도 걱정이네요. 더 이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비롯한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방역대책이 오는 17일까지 연장된 첫 날인 4일 오후 4시께, 경기 안양시 범계역 인근 평촌 로데오거리.

연초를 맞아 각종 모임 등으로 붐볐던 거리가 과거와 달리 인적은 드물어 한산할 정도였다.

불 꺼진 상가도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왔고, 상가 내부에 들어갔을 때는 문이 잠겨있는 가게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이날 만난 한 막창집 주인은 "최근 2주간 가게를 찾은 손님은 거의 없었다"며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해 지난해 9월 말 가게를 열었는데, 지금 심각해지면서 말 그대로 망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발생하는 매출과 가지고 있는 여윳돈으로 임대료를 내고 있지만 나머지 식재료, 전기세, 관리비는 고스란히 적자로 남아있다"며 "내년 연말까지는 현재와 같은 코로나 상황이 이어질 것 같은데 그때까지 제발 유지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양=뉴시스] 안형철 기자 = 경기 안양시 평촌 로데오거리 일대에서 영업 중인 한 식당에 손님이 없어 텅 비어있다. 2021.1.4 goahc@newsis.com

인근에서 중국음식점을 7년간 운영한 사장 A씨는 "지금 주류대출을 포함해 빚만 5000만원이고, 임대료는 2000만원이 밀려있다"며 "죽지 못해 살고 있다. 지금 이익을 내는 것은 꿈 같은 얘기고 얼마나 적자를 줄이느냐 싸움"이라고 말했다.

A씨는 건너편 불 꺼진 가게들을 가리키며 "모두 폐업한 가게"라며 "나도 이제 버틸 수 있는 것은 한 달이 최대일 것 같다. 이번 2주 동안으로 끝날지도 걱정이고, 더 이상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A씨는 지난해 6월 가게를 내놨지만 팔리지 않았고, 계약 기간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평촌역 일대 상점가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꾸미집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달 매출이 600만원인데 임대료, 관리비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은 ‘0원’"이라며 "2주 전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매출이 줄어 1명 있던 직원도 내보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에 영업시간 제한까지 겹치다 보니 손님 수도 줄고, 테이블당 매출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안양=뉴시스] 안형철 기자 = 닫혀있는 학원 문. 2021.1.4 goahc@newsis.com

학원가 역시 비상이다.

평촌 학원가에서 30명 규모의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C씨는 "9인 이하로 교습이 가능해진 것은 다행이지만 감염 위험 때문인지, 연말에 새 학년을 대비하기 위해 등록하는 학생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학원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생계에도 타격이 크다. 지금은 학원만으로는 벌이가 되지 않아 지인의 식당에서 일을 도와주는 투잡을 뛰고 있고, 학원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2500만원 가량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의 소형학원 원장들의 경우 배달기사 등 투잡을 뛰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인근 한 미술학원 관계자는 "고3 학생들은 인원 제한이 없어서 다행이지만 저학년의 경우 모두 비대면 수업을 진행 중"이라며 "9명 이하 교습 가능 규정에 맞춰 분반을 나누고 강의시간을 세분화하는 방식의 운영은 강의시간이 4시간에 달하는 미술학원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학원의 경우 출입 인원이 고정돼 있고, 마스크를 벗을 일이 없어서 감염 우려가 적다"며 "전체 학원으로 인원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강의실마다 9명으로 제한을 완화해준다면 그나마 숨은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미술학원 역시 고3을 제외한 수강 학생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황이다.

학원가에서 학생들의 발길이 끊어지자 이들에 기대어 있던 상점들 역시 타격이 크다.

평촌학원가 주변에서 떡볶이 집을 운영 중인 한 사장은 "학생들이 손님의 90%를 차지하는데 학원에 찾아오질 않으니 매출의 타격이 심각하다"며 "우리뿐 아니라 일대에서 학원과 같이 살아가는 문구점, 복사업체, 식당, 버스기사 할 것 없이 모두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대치동보다 학생들이 많아 드라마 촬영까지 왔던 동네인데 지금은 오후 5시만 되면 일대가 컴컴해진다"고 덧붙였다.

[안양=뉴시스] 안형철 기자 = 임시 휴관 안내문을 써 붙인 학원. 2021.1.4. goahc@newsis.com

한편 정부는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인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17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와 파티룸 집합금지를 골자로 한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의 조치는 전국적으로 확대해 2주간 연장 실시한다.

수도권 2.5단계와 비수도권 2단계 조치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시행됐으며, 같은 달 28일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올해 1월3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ahc@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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