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윤석열 안철수 박형준, 정권 뒤집는 3총사 될까
여론조사는 약속어음이 아니다. 참고자료일 뿐이다. 특히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는 들쭉날쭉 엎치락뒤치락 하기 일쑤다. 조금 좋게 나온 여론조사에 희희낙락하는 정치인은 나중에 패배의 눈물을 삼키기 쉽다. 조금 안 좋게 나온 여론조사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은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선거 날짜가 한참 남아 있는 경우에 치르는 여론조사는 당락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전제 하에서,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나온 대권 주자 여론조사, 그리고 서울·부산 보궐선거 여론조사는 정국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내는데 중요 지표가 될 수는 있다. 선거 때까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먼저 대권 주자 지지율 조사를 보면, 흔히 ‘3강구도’라는 말을 확실히 쓸 수 있을 만큼 판세가 굳어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등 세 사람이다.
그런데 지난 12월27일부터 1월2일까지 연말연시 1주일 동안 실시된 총 10개의 여론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와 있다.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종합해보니 이재명 지사는 7개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윤석열 총장은 3개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특히 어제 1월3일 발표된 YTN-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총장은 30.4% 지지율로 대선주자 여론조사 실시 이후 처음으로 30%선을 넘겼다. 2위 이재명 지사보다는 10.1%p 그리고 이낙연 대표보다는 15%p를 앞섰는데, 이것은 오차 범위를 한참 벗어나 1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 그렇다면 1위가 바뀌는 들쭉날쭉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1위를 차지했던 여론조사는 모두 전화면접 방식이었고, 윤석열 총장이 1위를 한 3개 조사는 모두 자동응답 방식, 즉 ARS 방식이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전화면접이란 조사원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응답자와 직접 인터뷰를 하는 조사 방식이고, ARS는 기계장치를 이용한 자동응답 방식이어서 조사원과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 윤석열 총장이 ARS 방식에서 뚜렷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숨어 있는’ 윤석열 지지자들이 전화면접 조사원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지만 자동응답에는 적극적으로 대답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신문사의 독자서비스센터에 걸려오는 항의 전화 중에는 여론조사원들이 응답자의 나이와 정치 성향을 눈치 챈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다는 고발이 많다. 따라서 야당 지지자, 다시 말해 윤 총장 지지자들은 전화면접 조사원에 대한 불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윤 총장 지지자들이 조사원의 전화에는 생각을 감추다가 자동응답 ARS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이다.
‘3강구도’에서 윤석열 총장, 이재명 지사의 강세가 뚜렷해지자 어느덧 일부 신문들은 윤 총장, 이 지사 두 사람의 얼굴 사진만 싣고 이낙연 대표의 사진을 빼버리는 경우도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상 ‘2강구도’ 국면으로 접어든 조짐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작년11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호남에서도 ‘이낙연은 안 될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현 정권이 적극적으로 미는 게 안 보인다는 거다. 내가 봐도 이낙연은 ‘불쏘시개’였다.” “호남 사람들의 이념 성향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우리 지역 출신 대통령을 갖는 것이다. 김대중 이후로 없다가 이낙연이 나오자, 지방선거·총선 등에서 싹쓸이할 정도로 뭉쳐줬다. 현 정권에서 잘 이용한 셈이다.”
그렇다. 일찌감치 이런 진단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뭔가 정치적 전기를 마련해보려는 듯 이낙연 대표는 최근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별 사면 얘기를 꺼냈으나 친문(親文) 진영에게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민주당은 최고위원 회의에서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했고, 이낙연 대표 본인도 사과가 전제되어야 사면을 건의할 수 있다는 쪽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이낙연 대표는 사면 건의하겠단 입장에 변화 없다는 쪽이지만, 강성 친문들은 당 윤리위에 신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금 이낙연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잘 설명해주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대선 주자는 3강구도, 2강구도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까. 여당에서는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 박용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불씨를 살려낼 수 있다. 그러나 이재명, 이낙연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는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도 출마할 것으로 봐야 한다.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당내 경선에 나설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출사표를 던질 수 있다.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서울시장에 당선되든 아니든 그것을 발판으로 2022년 대선에 세 번째 도전을 할 것이다.
2021년 신축년 소띠 해는 크게 봤을 때 이런 정치 시간표를 갖고 있다. 4월7일, 즉 석 달 뒤 서울·부산 시장을 새로 뽑는 보궐선거가 있다. 9월 초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있고, 11월 초에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있다. 지금부터 앞으로 석 달은 ‘보선 정국’이다. 그 직후부터, 즉 4월부터 9월,11월까지는 대선 후보를 결정짓는 ‘경선 정국’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올 가을 11월부터 내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는 ‘대선 정국’이 펼쳐질 것이다. 요약 정리하자면, 보선 정국, 경선 정국, 대선 정국이 차례로 진행된다. 보선 정국의 결과에 따라 경선과 대선이 크게 영향을 받을 텐데, 정 방향으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정반대로 상황이 뒤집힐 수도 있다. 과거 선거 때마다 그런 현상을 늘 있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고 총선과 대선에서 진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서울시장 후보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상당히 앞서 있는 1등이다. 여당 후보들을 다 합해도 안철수 한 사람을 당해내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보궐 선거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여당 잘못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 둘째 바로 여당 잘못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이때다 하고 기회를 잡은 야당 후보들이 우르르 난립할 수 있고 정치적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을 수 있으며, 셋째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이다. 야당 쪽 후보로는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오신환 전 의원, 이종구 전 의원, 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있다. 금태섭 전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람들이 한 무대에 서서 단일화 컨벤션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그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독보적 1등 주자인 안철수 대표는 이러한 경선을 위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냐는 문제에 전혀 조급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빨리 대답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여당 쪽에서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지지율에서 앞서 있는 가운데 당 조직에서 강세를 보이는 우상호 의원이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민주당의 박주민 의원도 불출마 쪽으로 기울었다지만 최종적으로 출마 결심을 할 수 있으며,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도 서울시장 후보다. 지지율이 신통찮아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김동연 전 부총리를 차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여권의 후보 단일화도 시간이 많지는 않다. 안철수 대표는 이런 여권 후보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난 뒤에 야권의 본격 단일화를 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부산에서는 조선일보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박형준 교수가 19.1%로 1위, 이언주 전 의원이 10.1%로 2위, 그리고 민주당의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이 9.9%로 3위에 올라 있다. 현재는 유의미한 격차로 박형준 교수가 앞서 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이렇다. 30% 지지율을 돌파한 대권 주자 윤석열 총장, 한참 앞서 나가고 있는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역시 1위를 차지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윤석열·안철수·박형준, 이렇게 야권의 세 사람이 올 4월부터 내년3월까지 문재인 정권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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