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윤석열 안철수 박형준, 정권 뒤집는 3총사 될까

김광일 논설위원 2021. 1. 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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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는 약속어음이 아니다. 참고자료일 뿐이다. 특히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는 들쭉날쭉 엎치락뒤치락 하기 일쑤다. 조금 좋게 나온 여론조사에 희희낙락하는 정치인은 나중에 패배의 눈물을 삼키기 쉽다. 조금 안 좋게 나온 여론조사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은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선거 날짜가 한참 남아 있는 경우에 치르는 여론조사는 당락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전제 하에서,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나온 대권 주자 여론조사, 그리고 서울·부산 보궐선거 여론조사는 정국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내는데 중요 지표가 될 수는 있다. 선거 때까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먼저 대권 주자 지지율 조사를 보면, 흔히 ‘3강구도’라는 말을 확실히 쓸 수 있을 만큼 판세가 굳어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 등 세 사람이다.

그런데 지난 12월27일부터 1월2일까지 연말연시 1주일 동안 실시된 총 10개의 여론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와 있다.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종합해보니 이재명 지사는 7개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윤석열 총장은 3개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특히 어제 1월3일 발표된 YTN-리얼미터 조사에서 윤 총장은 30.4% 지지율로 대선주자 여론조사 실시 이후 처음으로 30%선을 넘겼다. 2위 이재명 지사보다는 10.1%p 그리고 이낙연 대표보다는 15%p를 앞섰는데, 이것은 오차 범위를 한참 벗어나 1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 그렇다면 1위가 바뀌는 들쭉날쭉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1위를 차지했던 여론조사는 모두 전화면접 방식이었고, 윤석열 총장이 1위를 한 3개 조사는 모두 자동응답 방식, 즉 ARS 방식이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전화면접이란 조사원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응답자와 직접 인터뷰를 하는 조사 방식이고, ARS는 기계장치를 이용한 자동응답 방식이어서 조사원과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 윤석열 총장이 ARS 방식에서 뚜렷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숨어 있는’ 윤석열 지지자들이 전화면접 조사원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지만 자동응답에는 적극적으로 대답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신문사의 독자서비스센터에 걸려오는 항의 전화 중에는 여론조사원들이 응답자의 나이와 정치 성향을 눈치 챈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다는 고발이 많다. 따라서 야당 지지자, 다시 말해 윤 총장 지지자들은 전화면접 조사원에 대한 불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윤 총장 지지자들이 조사원의 전화에는 생각을 감추다가 자동응답 ARS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이다.

‘3강구도’에서 윤석열 총장, 이재명 지사의 강세가 뚜렷해지자 어느덧 일부 신문들은 윤 총장, 이 지사 두 사람의 얼굴 사진만 싣고 이낙연 대표의 사진을 빼버리는 경우도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상 ‘2강구도’ 국면으로 접어든 조짐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작년11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호남에서도 ‘이낙연은 안 될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현 정권이 적극적으로 미는 게 안 보인다는 거다. 내가 봐도 이낙연은 ‘불쏘시개’였다.” “호남 사람들의 이념 성향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우리 지역 출신 대통령을 갖는 것이다. 김대중 이후로 없다가 이낙연이 나오자, 지방선거·총선 등에서 싹쓸이할 정도로 뭉쳐줬다. 현 정권에서 잘 이용한 셈이다.”

그렇다. 일찌감치 이런 진단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뭔가 정치적 전기를 마련해보려는 듯 이낙연 대표는 최근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별 사면 얘기를 꺼냈으나 친문(親文) 진영에게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민주당은 최고위원 회의에서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했고, 이낙연 대표 본인도 사과가 전제되어야 사면을 건의할 수 있다는 쪽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이낙연 대표는 사면 건의하겠단 입장에 변화 없다는 쪽이지만, 강성 친문들은 당 윤리위에 신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금 이낙연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잘 설명해주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대선 주자는 3강구도, 2강구도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까. 여당에서는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 박용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대법원 판결에 따라 불씨를 살려낼 수 있다. 그러나 이재명, 이낙연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는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도 출마할 것으로 봐야 한다.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당내 경선에 나설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출사표를 던질 수 있다.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서울시장에 당선되든 아니든 그것을 발판으로 2022년 대선에 세 번째 도전을 할 것이다.

2021년 신축년 소띠 해는 크게 봤을 때 이런 정치 시간표를 갖고 있다. 4월7일, 즉 석 달 뒤 서울·부산 시장을 새로 뽑는 보궐선거가 있다. 9월 초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있고, 11월 초에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있다. 지금부터 앞으로 석 달은 ‘보선 정국’이다. 그 직후부터, 즉 4월부터 9월,11월까지는 대선 후보를 결정짓는 ‘경선 정국’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올 가을 11월부터 내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는 ‘대선 정국’이 펼쳐질 것이다. 요약 정리하자면, 보선 정국, 경선 정국, 대선 정국이 차례로 진행된다. 보선 정국의 결과에 따라 경선과 대선이 크게 영향을 받을 텐데, 정 방향으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정반대로 상황이 뒤집힐 수도 있다. 과거 선거 때마다 그런 현상을 늘 있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고 총선과 대선에서 진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서울시장 후보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상당히 앞서 있는 1등이다. 여당 후보들을 다 합해도 안철수 한 사람을 당해내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보궐 선거의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여당 잘못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 둘째 바로 여당 잘못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이때다 하고 기회를 잡은 야당 후보들이 우르르 난립할 수 있고 정치적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을 수 있으며, 셋째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이다. 야당 쪽 후보로는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오신환 전 의원, 이종구 전 의원, 이혜훈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있다. 금태섭 전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람들이 한 무대에 서서 단일화 컨벤션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그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독보적 1등 주자인 안철수 대표는 이러한 경선을 위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냐는 문제에 전혀 조급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빨리 대답을 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여당 쪽에서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지지율에서 앞서 있는 가운데 당 조직에서 강세를 보이는 우상호 의원이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민주당의 박주민 의원도 불출마 쪽으로 기울었다지만 최종적으로 출마 결심을 할 수 있으며,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도 서울시장 후보다. 지지율이 신통찮아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김동연 전 부총리를 차출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여권의 후보 단일화도 시간이 많지는 않다. 안철수 대표는 이런 여권 후보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난 뒤에 야권의 본격 단일화를 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부산에서는 조선일보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박형준 교수가 19.1%로 1위, 이언주 전 의원이 10.1%로 2위, 그리고 민주당의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이 9.9%로 3위에 올라 있다. 현재는 유의미한 격차로 박형준 교수가 앞서 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이렇다. 30% 지지율을 돌파한 대권 주자 윤석열 총장, 한참 앞서 나가고 있는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역시 1위를 차지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윤석열·안철수·박형준, 이렇게 야권의 세 사람이 올 4월부터 내년3월까지 문재인 정권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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