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췌도를 당뇨병 환자에게..이종장기이식 임상 임박

박윤균 2021. 1. 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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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이종장기 연구시설 '제넨바이오 형질전환센터'
면역거부 유발 유전자 제거
형질전환 무균 돼지 양산
이종췌도이식 임상계획 제출
식약처 승인땐 세계 첫 임상
난치성 당뇨병 환자 2명 수술
안전성 검증되면 간·신장 등
고형장기까지 이종이식 기대
형질전환센터 연구동에서 연구자가 형질전환된 복제 수정란을 제조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방문한 경기도 평택시 소재 제넨바이오의 형질전환센터 연구동. 마스크와 헤어캡 등을 착용하고 에어샤워한 후 연구실에 입실하자 면역거부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제거한 형질전환 돼지 세포를 주입해 복제 수정란을 만드는 연구원들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복제 수정란은 돼지 대리모에게 착상되고 여기서 태어난 무균돼지를 사육한 뒤 환자에게 이식할 간과 신장 등 이종장기를 생산하는 게 형질전환센터 역할이다.

사람(동종)이 아닌 다른 동물(이종)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 바로 면역거부를 유발하는 유전자는 제거하고 거부 반응 극복에 도움을 주는 유전자를 추가하는 형질전환 유전자 조작기술이다. 우리 몸속에 다른 장기가 들어오면 면역 시스템이 적으로 간주해 장기를 파괴하는데 형질전환을 통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국내 첫 형질전환센터를 개소한 이종이식 전문 기업 제넨바이오의 김성주 대표는 "형질전환센터는 이종장기 연구의 전초기지"라며 "연구동에서 형질전환 세포주를 개발하고, 사육동은 형질전환돼지를 양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제넨바이오 형질전환센터는 세계이종이식학회(IXA)의 국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원균제어사육시설(DPF)을 갖췄다. 제넨바이오는 형질전환센터 개소에 이어 인근에 미니 돼지 양산시설, GMP(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 등급 이종장기 제조시설 등을 포함한 이종이식 종합연구단지인 '제넨코어센터'도 올해 말 완공할 예정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형질전환센터는 형질전환돼지 개발을 담당하고, 제넨코어센터는 비임상시험과 이종장기 생산 등 역할을 수행한다.

제넨바이오는 길병원 등과 함께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국제 임상 진입 기준에 맞춘 이종췌도 이식 임상시험계획(IND)을 식약처에 제출했다. 현재 식약처는 이번 임상신청을 검토 중인 단계로 허가를 내주면 세계이종이식학회 등 국제기관 기준을 준수한 무균돼지 췌도의 사람 이식을 위한 세계 최초의 이종장기 이식 임상이 가능해진다. 김 대표는 "이종췌도 관련 임상시험을 승인 받으면 이종췌도를 인체에 이식해도 안전하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검증하겠다"며 "제넨바이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무균 형질전환돼지를 활용해 체내에서 더 오래 기능할 수 있는 이종이식 제품들을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넨바이오는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인 제1형 당뇨병(소아 당뇨) 환자 중 당장 장기이식이 절실한 2명의 대상자를 선발해 무균돼지 이종췌도를 이식할 계획이다. 임상시험은 엄밀히 말해 돼지 췌장을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췌장에서 인슐린 등을 분비하는 '췌도 세포'를 이식하는 것이다. 췌장을 직접 이식하려면 수술이 복잡하고 회복도 오래 걸리지만, 췌도 세포 이식은 간문맥에 주사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간편하다. 췌도 이식에 성공하면 간이나 심장, 폐 등 고형 장기로 이종장기 이식 대상을 확장할 수 있다. 이종장기 이식 동물로 돼지가 각광받는 것은 인간과 생리 해부학적 반응 등 많은 기관 계통이 닮았기 때문이다. 면역거부를 줄이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형질을 전환하고 무균 환경에서 키운 미니 돼지는 심장, 신장 등 고형 장기뿐만 아니라 각막, 심장 판막, 췌도 세포 등 거의 모든 조직과 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다.

제넨바이오는 피부 제품을 포함한 이종조직 제품도 시판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돼지와 소에게서 추출한 이종피부가 이미 시판되고 있기 때문에 피부 제품은 별도 임상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동등성시험만 수행하면 된다"며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기존 이종피부에 비해 당사에서 개발 중인 이종피부가 수분 흡수율 등이 훨씬 좋다"고 강조했다.

[평택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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