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보장, 현재는 진단도 지원도 실패"
인터뷰ㅣ기초학력보장법 제정 촉구해온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난독, 난산, 저지능 등 다양한 원인
맞춤형 학습지원 방법 개발해야
특수교육대상자 핀란드 17% 한국 0.3%
이 중 학습장애 미국 40% 한국 3%”
읽고 쓰거나 기초적인 덧셈, 뺄셈을 힘들어하는 학생.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박홍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기초학력보장법안이다. 지난달 8일에는 공청회도 열렸다. 교육부가 장관 직속으로 두는 기초학력보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기초학력보장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교장이 기초학력진단검사 결과와 교사 추천에 따라 학습지원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학생을 선정하고 학습지원 담당 교원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해에도 국회 교육위 통과 뒤 법사위 계류 중 20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교육계에서도 교총은 찬성, 전교조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고, 교육청별로도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그동안 이 법안 제정을 촉구해온 좋은교사운동의 김영식 공동대표를 만나 이 법안을 둘러싼 쟁점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기초학력보장법안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 초중등교육법 28조는 학습 부진아 등에 대한 교육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학습 부진아 등을 대상으로 한 두드림교실 등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는 기초학력 미달 여부 구분에만 초점이 있고, 그 원인 진단 및 이에 따른 다양한 학습지원 방법 개발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습 부진에는 읽기를 힘들어하는 난독, 계산을 힘들어하는 난산, 지능지수(IQ) 70~80의 경계선 지능,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난독이면 그에 맞는 읽기 지도법 등 원인별로 다양한 지원방법이 필요하다. 또 보건교사, 상담교사 등 다양한 전문인력이 지원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교육청별로 하고 있는 기초학력보장 시스템은 진단도 문제풀이 일색으로 다양하지 않고, 지원방법도 기존 학습방법 그대로다. 재검사도 다시 문제풀이다. 또 전문성이 확인되지 않은 임시인력이 방과후에 지원하는 정도다. 결국 진단도, 지원도 실패하고 있다. 그래서 기초학력 보장을 국가의 기본 책무로 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실행을 할 수 있는 물적·제도적 조건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100점 만점에 20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등 기초학력 기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시험을 통해 진단하는 식으로 접근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진단부터 다양한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나온 ‘한글 또박또박’ 프로그램은 5분 정도 학생에게 과제를 줘 읽기 수준, 곧 소릿값을 가르쳐야 되는지, 유창성을 가르쳐야 되는 수준인지 등을 진단한다. 이런 방식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 학생의 기초학력 부족 여부를 감으로 느낀다. 교사가 고민하고 협의하고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과학적 근거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지금의 법안 정도면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법안 제정 이유로 최근 5년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5년 전에 견줘 높게 나타났다는 것 등을 들었는데, 전교조는 이 시험의 난이도가 들쭉날쭉함에 따른 결과일 뿐,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하는데.
“시험만 가지고 기초학력 미달 여부가 특정되기 어렵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것이 이 법안을 반대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본다. 기초학력 미달률이 낮건 높건 간에 우리나라는 기초학력 부족 학생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상당히 취약하다. 읽기, 쓰기조차 제대로 안되면 그 학생의 학교생활은 매우 불행해진다.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교우관계 등에서도 존중받지 못하고, 상급 학년,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 좌절감이 더 커진다.”
―전교조는 또 “기초학력 부진 원인은 학습결손, 학습장애, 가정요인, 정서적 요인 등 매우 복합적이어서 전사회적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라며 법안을 폐기하고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해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논의부터 시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도 이 법을 반대할 명분은 되지 못한다. 법도 만들고, 대책기구도 만들면 된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학교의 기본적인 책무다. 신체적이나 정신적·지적 장애가 있으면 특수교육 대상자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1.3%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6~7%, 핀란드는 17%나 된다. 대상자 폭을 굉장히 넓게 잡는 것이다.
미국은 특수교육 대상자 중 40%가 학습장애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밖에 되지 않는다. 법안에는 기초학력지원센터를 두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어떻게 진단하고 찾아낼 것인지, 또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일단 법이 만들어지면 이를 토대로 사회적 대책기구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가 학습부진아로 선정될 경우 ‘낙인효과’를 우려한다.
“과거 시험을 쳐 일정 수준에 못 미치면 반복 수업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망신 주는 잘못된 방식의 정책에서 오는 우려로,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모든 학생들에게 능력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
2020년 전남교육청에서 담임을 맡기지 않는 초등 기초학력 전담교사를 40명가량 선발해 시범운영했다. 이를 통해 만족도가 가장 높은 건 교사였다.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학생을 가르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때다. 두번째가 학부모였다. 제대로 읽지 못했던 아이가 읽을 수 있게 되면서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하는 모습 등을 본 것이다. 제대로 된 지원을 경험해보면 학부모들도 요구할 것으로 생각한다.”
―법안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학습지원 대상자로 선정할 때 학부모 동의를 절대적 요건으로 두지 않고 학교가 재량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기초학력 ‘담당’ 교원을 ‘전담’ 교원으로 바꿔야 한다. 이럴 경우 추가 예산 등이 필요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기존 교무부장, 학습부장 등에 더해 또 하나의 부장과 행정업무만 늘어나는 식으로 가게 될 소지가 크다고 본다.”
김인현 객원기자 inhyeon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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