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이 그려낸 남미 질곡의 근현대사

최진숙 2021. 1. 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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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나라 잉카제국의 마지막 보루였던 곳이 남미 에콰도르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탄생시킨 갈라파고스 제도가 속한 곳도 여기다.

하지만 에콰도르의 근현대 역사는 슬픔과 고난의 시간으로 점철돼 있다.

1830년 위대한 라틴아메리카 해방의 아버지 시몬 볼리바르에 의해 스페인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난 남미 국가들은 그후의 길도 파란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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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국민화가 과야사민 특별전
사비나미술관, 22일까지 무료 전시
오스왈도 과야사민 '펜타곤에서의 회의'(1970년) 사비나미술관 제공
태양의 나라 잉카제국의 마지막 보루였던 곳이 남미 에콰도르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탄생시킨 갈라파고스 제도가 속한 곳도 여기다. 하지만 에콰도르의 근현대 역사는 슬픔과 고난의 시간으로 점철돼 있다.

1830년 위대한 라틴아메리카 해방의 아버지 시몬 볼리바르에 의해 스페인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난 남미 국가들은 그후의 길도 파란만장했다. 세계1·2차대전, 스페인 내전, 군부독재, 거듭된 혼돈의 정국. 이 질곡의 역사를 강렬한 형상으로 화폭에 담은 이가 에콰도르 국민화가 오스왈도 과야사민(1919∼1999)이다. 그의 작품 89점이 서울 진관로 사비나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국내 첫 과야사민 특별전이다.

과야사민은 20세기 전위, 혁신의 미술사조와 입체파 개념을 흡수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남미 최고 거장으로 꼽힌다. '국민화가를 찾아 떠나는 세계여행' 등 인기 미술작가이기도 한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원주민 후손의 과야사민은 인생 전체가 불의에 대한 저항이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공을 초월한 대서사시를 완성했다"고 평했다.

관람은 2층 전시장 '분노의 시대'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가로·세로 각각 172㎝ 정사각 캔버스 다섯점의 거대한 인물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모두 군인초상이다. 노회한 얼굴로 두주먹을 쥔 정가운데 인물은 한발 물러나서 보면 오랑우탄 같다. 독재 군부 라틴아메리카 장군의 모습을 그렸다. 비열한 눈매의 스파이 군인, 유태인 학살의 독일장교가 양끝에 자리했다. 다섯명 모두 제각각 다른 스토리의 인물들인데 모두 한곳에서 회의하는 듯한 포즈다. 이 세트가 작가의 대표작 '펜타곤에서의 회의'(1970년)다.

아우슈비츠를 다녀온 후 작업한 것이 앙상한 모습의 얼굴과 뼈마디를 그린 '기다림'(1971년) 연작이다. 멍한 응시, 공포, 슬픔에 먹먹해진다.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다룬 '눈물 흘리는 여인들'(1963∼1965년) 역시 작가의 현장 기록물이다. 후반기, 말기 작품에선 한결 온화해진다. 전시장 3층 주제가 '온유의 시대'다. 어머니 어깨에 기댄 아이의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 대신, 어머니의 눈 한쪽은 새카맣다. 또다른 그림속 어머니는 자그마한 아이를 두팔로 꼬옥 껴안은 채 눈을 감고 있다. 품에 안긴 아이는 동그란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한다. 평온의 시대지만 슬픔이 다 끝난 건 아니라는 메시지도 깔려있다. 이 국보급 예술가의 그림 관람료가 무료.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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