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칼럼]전기버스 보조금 정책, 국산차 바라봐야 할 때

박태준 2021. 1. 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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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발이 되어 주는 대중교통 분야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대기질 환경 개선을 위한 전기버스 보급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으로 차량 구입 비용 부담이 줄어든 소비자(운수업체)는 전기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요즘은 종종 시민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기버스 목격담은 물론 실제 차량에 탑승해 각종 편의시설 등과 관련한 사진이 올라오는 걸 보면 정부의 보급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음이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확대와 소비자들의 적극 구매 요구에도 국내 완성차업계는 정부의 불분명한 보조금 정책으로 말미암아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현재 정부는 해마다 연말이나 연초가 돼서야 보급 대수, 보조금을 확정하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 제품 사양 확정과 판매가 결정 후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기에 정부의 정책 발표를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구매자 역시 보조금 지원금, 전기버스 판매가격 등을 알 수 없어 어떤 전기버스를 구매할지 판단할 수가 없다. 그해 정책이 확정되고 나서야 지자체·제조사·소비자 모두가 바삐 움직인다. 이마저도 1년짜리 정책이기 때문에 같은 일은 매년 반복된다.

정부의 장기 및 세부 정책 제시가 필요하다. 정책 지속성에 신뢰가 확보된다면 제조사는 지금보다 전기버스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01년 '전기차 중대 과학기술 전문계획'을 발표, 장기 정책 및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제조사들은 전기차 R&D에 뛰어들었으며, 중국 정부는 R&D를 장려하기 위해 지원금으로 약 20억위안(약 3400억원)을 지원한다. 그 결과 중국은 현재 전기차 세계 강국이 됐다. 또 완성차뿐만 아니라 전기차 부품, 배터리·모터·충전기 등 전기차 관련 산업에서 강세를 띠고 있다.

국내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으로 등록된 전기버스 차종은 국산 15종, 수입산 25종 정도이다. 수입산은 100% 중국 제조사 모델이다.

지금의 보조금 지급 기준에선 국산과 중국산 차이가 없다. 지난해 국산과 중국산 전기버스 차량 가격 차이가 1억원 이상임에도 최대 약 3억원의 보조금을 동일하게 수령했다. 2억원 초반대에 수입돼 2억원 후반대에 판매되는 중국산 전기버스에 보조금이 최대 3억원이 지급되고 있는 등 보조금이 판매가보다 많은 역전 현상도 간혹 발생하고 있다.

이에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 판매사들은 보조금으로 판매가를 설정하고 2000만~3000만원의 잔여 보조금을 소비자에게 백마진으로 제공하거나 대가성 판매 조건 등으로 시장 혼란을 초래했다.

반면에 3억원 후반인 국산 전기버스는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버스의 공세에 현혹된 구매자들의 무분별한 조건 맞추기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판매가를 내리고 있다.

표면 가격 이외 충전시설 확보, 무이자 할부, 각종 기계 장비 설치 등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지원하고 나면 결국 원가 이하로 내려가 적자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제작사들은 생존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차를 판매하고 있어 팔면 팔수록 도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내 제작사의 도산 우려도 문제지만 대중교통 대표 수단인 버스 부문이 저가의 중국산 전기버스에 점령된 후 발생할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시장 점유 이후 부품 수급 등 향후 야기될 중국 업체들의 횡포가 우려된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 바로잡으려 한다면 늦다.

중국산이든 국산 제품이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경쟁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의 보조금 정책은 저렴한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업체와 그러한 중국산 차량을 구매하는 운수업체의 배만 불리고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상실시키는 등 공정한 경쟁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국내 운수업체들의 전기버스 구입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여서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를 증진하고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된 보조금 정책이 취지와 달리 중국 업체의 이윤만 늘려 주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다.

국민이 낸 세금이 국내 전기버스 생산업체의 경쟁력을 상실시키고, 운수업체와 외산업체를 위해 쓰이고 있다는 심각한 현실을 관계 당국이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전기버스 보급 확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기버스 산업 육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태호 메트로플러스 대표 taehokim@wji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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