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부모 엄벌해달라" 진정서 폭주..경찰도 집중 포화
'정인아미안해' 실검 장악..법원 진정서 접수도
징계위 회부 양천署 경찰관 5명 징계 수위 관심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양부모에게 학대당한 뒤 생후 16개월 만인 지난 10월 사망한 고(故) 정인(입양 전 본명)양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정인아 미안해’라는 메시지를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고, 법원에 관련자를 엄벌해 달라는 진정서 접수가 폭주하고 있다. 영아를 학대한 양부모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비난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건을 수사한 경찰까지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3일부터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 챌린지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와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한 SBS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정인아 미안해’라는 문구와 함께 자신이 쓰고 싶은 짤막한 문구를 작성해 인증사진을 온라인에 올리는 식이다.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도 자신의 팬 커뮤니티에 ‘정인아미안해’라는 해시태그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챌린지는 정치권까지 퍼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이 속속 동참했다. 여권에서는 아동학대 형량을 2배로 높이고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내용의 ‘정인이법’을 만들겠다고 4일 발표했다.
시민단체의 권유로 피의자를 엄벌해 달라는 진정서 발송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지난 3일 협회 카페에 ‘엄벌진정서’ 양식과 함께 관할 법원인 서울남부지방법원 주소, 진정서 작성법 등을 게시했다. 이번 사건에 분노한 이들이 진정서 등기 발송 인증 사진을 연달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진정서를 발송한 김모씨는 “불쌍하게 죽은 아이를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면서 “진정서가 큰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양형에는 참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진정서가 누적 450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인양 사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도 조만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인양이 사망한 직후인 10월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법을 강화해 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한 달 내에 20만7000여명이 참여해 답변 요건(20만명)을 충족했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아동을 선제적으로 분리해 보호할 수 있도록 ‘즉각 분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11월 20일에 올라온 ‘16개월 입양아 학대살인사건 가해자부부의 신상공개와 살인죄 혐의 적용으로 아동학대의 강한 처벌 선례를 만들어주세요’ 청원도 한 달 안에 23만여명이 동의했다. 보통 20만명 이상 동의 달성 후 한 달 이내에 답변이 이뤄진다.
앞서 정인양은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온몸에 멍이 든 상태로 병원에 실려 온 정인양은 당시 머리와 복부에 큰 상처가 있었으며, 이를 본 병원 관계자가 아동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작년 12월 9일 정인양의 양모 장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 학대 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장씨는 작년 6월부터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아이의 등 쪽에 강한 힘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양아버지 안모씨는 학대를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은 오는 13일 개시된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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