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10월 미국에 이미 퍼졌을 수도" 유전자 분석 결과
최근 영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가 지난해 10월부터 이미 미국에 퍼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변이 때문에 바이러스가 유전자증폭(PCR) 진단에서 안잡힌 사례를 추적해 얻은 결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달 2일(현지시간) 미국 유전자분석기업 ‘헬릭스’가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재분석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영국 변이와 같은 변이를 가진 코로나19 지난해 10월 이미 미국에 존재했을 수 있다며 이는 바이러스의 기원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하는 데 쓰이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S) 단백질 정보를 담은 S 유전자에서 8개의 변이가 확인됐다. 때문에 S 유전자를 대조해 진단하는 기존 PCR 진단키트에서 검출되지 않는다. PCR 진단은 S 유전자 외에도 바이러스 부위 2~3곳을 검출하기 때문에 진단 결과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전문가들은 S 유전자 검출만 되지 않는 현상에 ‘S 유전자 탈락(drop ou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문가들은 S 유전자 탈락 여부를 확인해 환자가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S 유전자가 내 다른 변이에도 반응하므로 완벽한 검증법은 아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변이 바이러스의 발생 추세와 S 유전자 탈락 발생 추세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밀턴케인즈 라이트하우스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11월 이후 변이 바이러스의 비율이 늘어남과 동시에 함께 S 유전자 탈락 비율 또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미국에서도 10월부터 이미 S 유전자 탈락이 관찰됐다는 점이다. 헬릭스는 지난달 24일 논문 선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200만 명의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결과 S 유전자 탈락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10월 진단 중 0.25%가 S 유전자 탈락을 보였다. 12월에는 0.5%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이 비율이 1.85%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아직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전파력이 높아진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헬릭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 내 변이 분석을 진행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니콜 워싱턴 헬릭스 연구부국장은 “변이를 확인하면 미국에 변이가 들어왔는지, 들어와 여러 번 변형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변이가 영국에 더 널리 퍼져 있지만 변이가 미국에서 시작된 다음 영국으로 퍼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기원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도 숨겨진 S 유전자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면 전 세계에서 감염력이 커진 바이러스 변이 또한 발견될 수 있다는 우려다. 라비 굽타 영국 케임브리지대 임상미생물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확인된 변이가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이 변이가 인간 세포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더 강하다는 분석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변이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더 많이 증식해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바이러스 양이 많아지면 감염자들이 코와 목에서 더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흘리게 되고 감염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트레버 베드포드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센터 연구원은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율은 기존 10%보다 높은 15%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